[me] 앨범 한장 없지만 춤·끼·열정으로 스타의 꿈★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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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7년은 나의 해'라고 말하는 두 여가수가 있다. 앨범 한 장 없는 신인이지만, 녹록지 않은 끼와 열정으로 '제2의 비욘세'를 꿈꾸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엇갈린 경로를 보인 이들의 데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봄

애니모션.애니클럽에 이은 애니콜의 세 번째 뮤직드라마 광고 '애니스타'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와 춤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인가수 박봄(23.YG엔터테인먼트). 앨범 한 장 발표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이효리.이준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애니스타의 신인모델로 발탁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들이 애니스타 신인모델 공모에 저마다 에이스급 여자 연습생을 들이밀었지만, 20여 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은 그였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노래와 춤이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배출한 미국 레슬리여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유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던 그는 부모의 반대에도 2학년 때 버클리 음대로 학교를 옮겼다.

"중학생 때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듣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부모님의 기대대로 좋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욕심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나이가 더 들면 가수 데뷔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버클리 음대를 휴학하고, 2002년 무작정 귀국했다. 흑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3년간 YG에만 문을 두들겼다.

"3년간 혼자 노래 연습을 하면서 계속 문을 두드렸지요. 노력이 가상했는지 양현석 대표님이 1년 전 연습생으로 뽑아주셨는데, 그때는 마치 가수가 된 것처럼 기뻤어요."

그는 지난해 가을 YG 소속 아이돌그룹 '빅뱅'의 싱글앨범 '위 빌롱 투게더' '포에버 위드 유'에 함께 참가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도움 주는 역할인 피처링이었지만, 사실상 그가 메인 보컬을 한 노래들이었다. 보통 3~5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 데뷔를 한 셈이다.

비욘세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그는 이르면 2월 정규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R&B 음악에 팝.힙합적인 요소를 가미한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포부다.

"애니스타 모델로 발탁된 것은 큰 행운이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가수로서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비욘세가 되고 싶다면 너무 거창한 목표일까요?"

정현목 기자

그를 '제2의 보아'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에서 데뷔한 뒤 일본 활동을 거쳐 아시아 스타로 부상한 보아와 달리, 그는 한국에서 데뷔조차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건너가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소속사의 매니지먼트 관리를 받고 있는 보아처럼, 미국 현지 레이블(음반사)의 프로듀싱을 받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다.

한국의 JYP엔터테인먼트와 미국의 힙합전문 레이블 BME Recordings가 공동 제작 및 프로듀싱,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신인가수 민(15.본명 이민영). 가수 비(24.본명 정지훈)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프로듀서 박진영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박씨는 지난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Min 제작발표회'에서 민을 '한국 무대에만 가둬놓기에는 아까운 재능을 갖춘 신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시아의 프로듀서와 미국 프로듀서가 손잡고 신인 가수를 미국 현지에서 데뷔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고서는 아시아 1위 자리도 놓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12세 때 '최고의 스트리트 댄서'라는 타이틀과 함께 박씨에 의해 발탁된 민은 몇 해 전 국내 연말 시상식에서 비의 무대에 올라 뛰어난 춤 솜씨를 발휘해 주목을 받았다. 2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현지의 유명한 보컬.댄스(팝핀) 트레이너로부터 춤과 노래를 배우고 있는 그는 올해 상반기에 싱글 앨범을 내놓은 뒤 하반기에 정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BME Recordings의 유명 프로듀서 릴 존은 "민의 춤을 보고 '어떻게 아시아인이 저렇게 춤을 출 수 있나'하고 놀랐고, 노래 실력까지 확인한 뒤 곧바로 계약했다"며 "민의 동양적인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그의 자질과 스타성을 최대한 살려 빌보드 차트를 지배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욘세를 좋아한다는 민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고, 친구들이 놀 때 혼자 춤과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장차 스타가 돼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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