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시베리아·사할린 자원개발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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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민간기업 주도 내년 후반부터 본격화/일/90년대 중반 생산목표 2개 유전 추진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시베리아 및 사할린지역의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소련과의 사할린 석유개발합작사업에 메이저(국제석유자본)인 미국의 엑슨사를 공동참여시킨다는 방침을 정하고 고르바초프의 방일때 이를 협의한후 빠르면 올 가을부터 개발사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최근 돌아온 민관합동의 제2차 소련 자원조사단의 방소결과를 토대로 시베리아 및 사할린지역에의 원유·가스 등 개발참여계획을 확정,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이 오는 90년대 중반의 생산개시를 목표로 추진중인 사할린 석유개발사업은 사할린 북동쪽의 2개 해상광구로 총사업비는 40억달러 규모.
일본은 이 사업을 위해 정부와 이토추 등 민간상사 공동으로 사할린 석유개발협력회사(SODECO)를 설립하고 소련에 이미 탐사자금으로 1억8천만달러의 성공불(유전개발에 지원되는 자금)을 제공한 상태다.
이것이 성공할 경우 일본은 생산원유 전량을 수입,일 국내석유수요(현재 하루 약 4백만배럴)의 2%가 넘는 하루 9만배럴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이 이번에 엑슨사를 추가로 참여시켜 미·일·소 3국의 공동개발을 제안하고 나선데는 극저온해역에서의 석유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엑슨사의 기술을 끌어들인다는 것외에 소련과의 합작에 대한 미국의 배려를 얻는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엑슨사로서도 사할린을 향후 극동지역의 공급기지로 구상하고 있는듯하며 현재 단독으로 이 지역의 유전·가스전에 대한 조사를 실시중에 있다.
문제는 소련측의 태도여하인데 이점에서 소련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현재 소련의 기술로는 이들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가격이 25달러선(배럴당)에 이를 전망이어서 선진기술을 통해 가능한한 생산비를 낮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노후시설로 감산되고 있는 소련 전역의 기존 유전들에 대한 재생복구에 서방 메이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고르바초프의 이번 방일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더욱 주목되고 있다.
결국 석유개발에서 정제·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이권획득을 노리는 메이저측에 소련이 어느 정도 양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나라의 시베리아·사할린 자원개발은 일소의 이 공동개발사업과 별개로 추진되고 있다.
역시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일대의 원유 및 가스전 개발로 민간업체들이 주정부 및 소련 중앙정부측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현재 가장 구체화단계에 있는 것은 사업비 10억달러 규모로 동원탄좌가 추진하고 있는 사할린 육상광구의 원유개발사업(가채매장량 4천5백만배럴). 빠르면 내년 후반기쯤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갈 예정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소 무역업체인 (주)팜코도 30억달러 규모인 사할린 해상의 대륙붕가스전 개발(연간 4백만t 생산규모)을 추진중에 있다.
현대자원개발은 시베리아의 야쿠트유전과 사할린의 대륙붕 유전을 연계 개발한다는 가장 대규모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소련 중앙정부측과 양해각서만을 교환한 상태라 많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들 개발예정유전들은 소련측이 모두 탐사개발조사를 끝내 우리로서는 생산시설을 갖추기만하면 되는데 이들 업체들은 여기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를 송유관 및 유조선 등을 통해 전량 국내에 반입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기업이 안고 있는 큰 문제는 석유개발 경험이 없는 업체들의 기술부족과 투자비 조달이다. 특히 막대한 투자비는 소련과의 합작형식임에도 돈은 다 우리가 대야한다는 점에서 난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국제은행단을 통하거나 국내업체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방법,또 정부의 연불수출금융·성공불융자 등의 조달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번 고르바초프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정부차원에서 계속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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