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집권해도 북한은 불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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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양주재 전 동독고위관리 한스 마레츠키 교수/남북 평행선 그리면 통일요원/상대방 이해하는게 가장 중요
전 동독외무부의 고위관리로 2년간(88년 1월∼90년 3월) 평양에 주재했던 한스 마레츠키교수(58·정치학박사·포츠담대 국제문제연구소)가 외교안보연구원과 서울대등에서 강연하기 위해 9일 서울에 왔다.
평양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북한의 김일성주의』라는 책을 최근 독일에서 출간하기도 한 그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남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서로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것은 독일학자로서도 매우 흥미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회견요지.
­북한의 권력승계가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지리라는 관측이 있는데 그 구체적인 시기를 언제로 보는가.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의 생일을 기점으로,또는 그의 사망시기등과 연관해 북한의 권력승계를 논의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의 정치체제면에서 볼때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권력승계가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스탈린시대의 사회주의체제를 지금까지 변화없이 유지해 오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이는 김정일이 집권한다하더라도 변혁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은 북한에서 소련이나 동구국가들이 보여준 개혁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북한통일문제도 평행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동서독의 경우에서 보듯이 서로 상이한 정치체제의 공존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한쪽이 다른쪽에 흡수 동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이 기간동안 서로가 폐쇄성을 버리고 개방정책을 채택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지켜본 남북한의 경우는 양쪽이 모두 서로 상대방이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북한의 현안가운데 유엔가입문제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16년간 동시가입회원국으로 지낸 독일의 경우는 유엔가입이 상호화해와 통일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엔가입은 북한에도 큰 이점이 될 수 있으나 군주국가의 전통을 가진 그들로서는 남북한이 명실공히 상호 국가인정을 선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동독지역에서 통일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같은형의 피를 수혈받은 환자도 어느정도 여파를 겪게 마련이다. 이질적인 체제가 45년만에 재융합된 것치고는 결코 큰 혼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 국민들이 대부분 우려보다는 장래에 대한 기대에 차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원상회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겪은 생활의 어려움이라면.
▲외국인들은 북한주민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동독경우도 웬만한 생필품은 모두 본국에서 운송해 사용했다.<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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