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을 부를까(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술작품의 진위판정시비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자주 있는 일이다. 그리고 대가들의 작품일수록 그 시비는 더욱 잦게 마련이다. 피카소가 그렇고 반 고흐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조품이 많이 나도는 화가는 렘브란트다.
그의 작품은 1천여점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렘브란트 연구 프로젝트」라는 기구에서 조사한 결과 그중 진품은 3백점도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작품의 진위판정은 전문과학자들에 의해 X선검사,유화물감의 표본검사 등을 통해 그가 생존했던 시기 이외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된 모든 작품은 위조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많은 화가들은 이같은 판정방법이 반드시 최선의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미술사가들의 감정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렘브란트의 개인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위규명은 난관에 부닥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술품의 진위를 가려내기란 쉽지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의제 허백련 화백만큼 가짜그림이 많이 나돈 화가도 드물것이다. 의제의 가짜그림은 40년대부터 나돌았다. 당시 광주에는 의제의 그림과 낙관을 감쪽같이 흉내내 팔러다니는 떠돌이 화상들이 수없이 많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의제의 모사작가로 알려진 정모라는 사람이 덜미를 잡혀 의제앞에 꿇려 앉혔다. 의당 호통을 칠줄 알았던 의제는 빙긋이 웃으며 『동서고금에 가짜없는 곳이 없네. 이사람 그림을 보니 솜씨가 아주 대단하니 연진회에 입회시켜 그림을 그리게 하게. 그러면 진짜그림을 그릴 수 있겠네』하며 그가 후진을 가르치는 연진회에 가입토록했다. 정모는 그 뒤로 자취를 감추었다.
의제의 가짜그림은 진위를 쉽게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림은 물론 화찬글씨나 낙관도 그대로다. 실제로 낙관인장을 도둑맞기도 했다. 그래서 의제는 가짜그림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진짜그림을 직접 그려주기도 했다.
최근 천경자 여사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진위소동이 화단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하고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측은 진짜라고 맞서고 있다. 한쪽의 주장이 옳다고 판명나는 경우 상대방측이 입을 상처는 적지않다. 그렇다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그대로 얼버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