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 비자면제 협정/유럽통합에 “제1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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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생필품등 싹쓸이 대비 베를린등 비상
8일 수만명의 폴란드 사람들이 한꺼번에 서부국경을 거쳐 독일로 넘어왔다. 이날부터 독·파 입국사증(비자)면제협정이 시행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양국사람들은 비자없이 3개월간 상대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독일은 프랑스·이탈리아·베네룩스3국과 무비자를 규정한 솅겐조약을 맺고 있어 앞으로 폴란드인은 대독협정을 계기로 이들 유럽공동체(EC)회원국에도 비자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독·파 양국관계의 정상화에 그치지 않고 폴란드가 경제·사회적으로 EC에 편입되는 동시에 EC 쪽에서 볼때는 동유럽까지를 포함하는 유럽통합의 제1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의 통일이전까지 폴란드인들은 구동독을 비자없이 자유왕래할 수 있었으나 통일후 독일정부가 이를 전면 금지,양국관계를 냉각시켰다.
폴란드정부는 작년 11월 마조비예츠키 당시 대통령과 콜 독일총리의 이 문제해결합의후 지난 1월초부터 폴란드를 방문하는 독일인들에 대해 무비자입국을 일방적으로 허용해왔다.
시장경제체제에로의 전환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폴란드인들은 그간 독일로 대거 몰려가 가전제품이나 의류·생필품 등을 싹쓸이 하다시피 사다가 폴란드에서 몇배의 이익을 남기는 보따리 장사를 해왔다.
요즘도 주말이면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주변엔 폴란드인들을 싣고온 폴란드 버스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비자의무가 있던 지난해만도 이처럼 독일(당시 서독 및 서베를린)을 방문한 숫자가 2천만명을 넘고 있는데 무비자입국 허용으로 올해는 6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독일에 올때는 상대적으로 값싼 담배 등을 밀반입하거나 체류중 절도를 하는 사례가 많아 세관이나 베를린 시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베를린시는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어 경찰·세관을 비상체제에 돌입시키는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폴란드인들이 몰리는 장소에 경찰과 시위생과 직원 등을 파견,이들의 여권을 수시로 체크하기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경제사정이 짧은 기간동안에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 않기 때문에 폴란드인들의 입국러시와 이로인해 파생될 각종 사회문제로 독일정부,특히 베를린시 정부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늘어난 셈이 됐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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