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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당 탈색 새 단장한 평민/「통합 신민호」출범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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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권표밭」 비호남권 물대기/광역선거 승패가 순항열쇠/지도노선 큰 변화없어/야분열 고착화 비판도
평민당이 9일 신민주연합당(가칭)준비위와 통합전당대회를 가짐으로써 창당 3년5개월만에 당명을 신민주연합당(약칭 신민당)으로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
87년 11월12일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당시 통일민주당의 김대중 고문의 대권 도전구도에 따라 「야당분열」이라는 오점을 남기며 탄생한 바로 그 평민당이 이번에도 김총재의 차기대권구도라는 새 포석에 따라 황색깃발을 내리게 된 것이다.
지난번 기초의회 선거에서 평민당은 「호남당」이라는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채 전체 4천3백석의 기초의원중 9백8명만을 당선시킨데 그쳐 사실상 완패했다.
이 때문에 이같은 추세로 6월의 광역의회선거마저 내리 지면 그후에 이어질 총선과 대선등 김총재의 대권가도에 큰 차질이 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최근 평민당내에 팽배했다.
김총재 자신도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차기 대권쟁취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밖에 없어 당초 광역의회 선거이후로 예정했던 신민주연합측과의 통합을 앞당겼다.
또 내부적으로도 노승환 부총재·조윤형 국회부의장등 야권통합서명파 의원들의 끈질긴 야권통합요구와 동요를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새로 탄생한 신민당은 평민당의 지역당이미지 탈피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이번 통합은 평민당이 4천3백여명의 비호남권 재야정치세력을 감싸안음으로써 일단 외형상 당초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또 그만큼 김총재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은 엄밀히 따져볼때 재야의 기존 「김대중 지지파」들을 당안으로 끌어들여 정치세력화 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당내외에 팽배해 통합의 효과가 의문시 된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당과 당의 통합으로 볼 수는 없다. 신민주연합측은 창당준비위 발기만 했을 뿐이어서 통합의 모양새만 정치적으로 갖춘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신당을 꾸며 「통합」이라고 한 것을 두고 「눈가림」이니 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민측 내부에서조차 이번 합당은 당명변경을 통한 김총재개인의 위상강화일 뿐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신민당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고 신선감도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통합은 야권의 대통합을 위한 1단계 통합이기는 커녕 오히려 야권분열의 고착화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김총재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김총재측이 야권통합의 전단계라고 말하고 있으나 명분일뿐 민주당과 민중당을 더 멀리하게 하는 반작용을 낳아 야권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총재가 지역당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유치송·이만섭·예춘호씨 등의 영입에 실패한 것도 이런 비판적 시각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재야의 김총재 비판적 지지론자의 중심이었던 김근태 전전민련 정책위의장(구속중)도 『신민당통합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평민·민주의 대통합만이 중요하다』는 의사를 신민당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은 새로운 지도체제로 총재밑에 수석최고위원과 8인의 최고위원을 두는 사실상의 단일지도체제를 택해 민자당의 체제와 대응하는 형식을 갖췄으나 실질적으로는 과거 평민체제와 본질적인 차이점이 없다.
다만 재야의 이우정씨가 수석최고위원을 맡는등 최고위원배분에 있어 평민당과 신민주연합당이 6대 4로 분할,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통합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서명파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냐가 통합 신민당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들 서명파의원들은 최근 『신민주연합당과의 통합은 전체 야권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눈가림용』이라고 반발,「탈당불사」까지 외쳤으나 김총재가 사실상 모임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등 제동을 걸자 일단 광역의회선거까지는 관망한다는 자세로 후퇴했다. 그러나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이들 서명파와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교감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내부의 역학관계에 따라 민주계 일부가 빠져나오는 새로운 통합운동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신민당의 행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때문에 통합 신민당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광역의회선거에서 상당한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내부의 균열이 확대될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새롭게 얼굴 화장을 고친 신민당이 6월의 광역의회에서 얼마나 전국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순항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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