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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7대 이슈로 본 2006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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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6년 세계 경제는 고유가와 높은 원자재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유럽연합(EU) 등의 호황과 신흥국가의 급속한 발전으로 견실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주택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불안한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내년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 있었던 주요 국제경제 뉴스와 흐름을 7개 이슈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국 다우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 증시에서 랠리가 펼쳐졌다. [사진=중앙경제]

글로벌 증시 활황

올해 글로벌 증시는 세계 경기 호황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를 경쟁적으로 갈아치웠다. 미국 다우지수를 비롯, 상하이.인도.브라질의 주가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증시도 10% 이상 올랐다. 특히 미국에선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기업들의 건실한 수익력 덕분에 주가 상승세가 탄력을 받았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같은 탄력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의 올해 신규 주택판매량이 17%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발 부동산 경기 침체는 내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6%로 1분기(5.6%)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2년간 17차례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을 올해 7월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심화와 경기 둔화 우려로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올 들어 10%나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는 아시아 통화의 강세로 연결됐다. 태국 정부는 바트화 상승을 막겠다며 초강경 외환규제책을 내놨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최근 산유국들이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는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사상 최대 M&A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 이어졌다. 금액으론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미탈-아르셀로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철강회사가 탄생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로넥스트가 통합을 발표했다. 지난 18일에는 하루 동안 870억 달러의 M&A가 발표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특히 사모펀드에 의한 기업 인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에 달할 정도로 활발했다. 미국계 사모 펀드인 텍사스 퍼시픽은 올해 1010억 달러 규모의 M&A를 실행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사모펀드에 의한 단일 M&A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미국 병원체인 HCA(330억 달러) 인수도 올해 발표됐다.

M&A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지역에선 경제 내셔널리즘도 기승을 부렸다. 스페인의 전력회사 엔데사, 중국 최대 중장비 업체 쉬공 등의 M&A가 무산된 것도 현지의 반대 여론 때문으로 지적됐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부진 속에 일본 도요타는 세계 1위 달성을 눈앞에 뒀다. [사진=중앙포토]

도요타·혼다 차 약진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부진은 올해 더욱 심해졌다. 높은 연비와 인건비 부담 탓에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계속 밀렸다. 미국 2위인 포드는 3분기 58억 달러 적자라는 1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 달 뒤 포드는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절반인 3만8000명의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GM도 경영난 타개를 위해 르노-닛산과의 제휴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훨훨 날았다.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에 엔저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갖췄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등의 북미 판매 호조로 올해 생산량이 900만대를 기록, 세계 1위인 GM(918만대)에 거의 육박했다. 올해 순익은 사상 최대인 1조5500만엔(130억 달러)로 7년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혼다의 전세계 판매량도 5% 증가한 355만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수출 증가로 외환보유액 세계 1위 국가로 떠올랐다. [사진=중앙포토]

일본·중국 경제 호황

일본과 중국 경제는 뜨거웠다. 일본은 2002년 2월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난달까지 무려 5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자나기 경기'(1965~70년)을 능가하는 전후 최장의 경기 확장세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6년 만에 제로 금리를 해제하고 금리를 0.25%로 인상했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아 엔화 가치는 2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원화는 올해 엔화 대비 9.3%나 절상됐다. 중국 정부는 과열 경기를 억제하느라 분주했다. 대출금리 인상과 예금지급 준비율 인상, 부동산 투자규제, 수출기업과 전통업종에 대한 혜택 축소, 자동차 생산량 규제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중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면서 '외환보유액 1조 달러'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갈등은 고조됐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줄기차게 중국의 환율 개혁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올해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3.2% 가량 상승했다.

온라인 UCC 돌풍

세계 인터텟 업계는 '웹 2.0','UCC(사용자 제작 콘텐트)'를 토대로 제2의 '닷컴 르네상스'를 맞았다.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콘텐트로 운영하는 사이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들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미국의 유투브는 설립 1년도 안된 지난 7월 한달 순방문자 수가 4600만명에 달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사이트를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은 유투브를 16억5000만 달러라는 거액에 사들였다.

이외에도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마이스페이스, 네티즌 참여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사진 공유사이트인 플리커, 비디오공유사이트인 헤비닷컴 등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UCC의 열풍을 반영,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를 꼽았다. 이는 자신이 만든 콘텐트를 웹에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인물을 말한다.

소니·HP 악몽의 한해

'기술의 소니'에게 2006년은 악몽의 해였다. 연이은 제품 결함으로 회사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소니가 제작해 공급한 노트북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화재 위험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소니는 5억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소니는 또 공정상의 문제로 신형 게임기 PS3의 출시 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연말 대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사회 내부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기자들의 e-메일을 검열하고 전화를 도청한 사실이 밝혀진 HP도 마크 허드 이사회 의장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던 델은 올해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직접판매 방식이라는 아이디어로 세계 1위 PC 메이커로 성장시킨 창립자 마이클 델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올해 최악의 경영자'로 꼽혔다. 애플컴퓨터는 휴대용 음악기기 아이팟의 호조에도 불구, 임원들의 스톡옵션 비리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비판에 시달렸다.

치솟은 유가

배럴당 6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오일 머니와 에너지 업체들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6 포천 500'에서 미국의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4년간 1위를 지키던 월마트를 밀어냈다. 2002년 188위에 불과했던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올해 10위로 뛰어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의 시노펙, 이탈리아의 ENI,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 국영 석유업체들도 이익이 급증하며 회사 몸집을 빠르게 키웠다.

이런 가운데 아랍연맹(AL) 22개 국가의 지난해 GDP 합계가 처음 1조 달러를 돌파(1조500억 달러)했다. 쿠웨이트는 오일 머니를 주체하지 못해 지난해 말 4인 가정 기준으로 가구 당 800만원씩 나눠줬다. 오일 머니는 중국 공상은행 상장주식에 몰리는가 하면, 중국 상하이.텐진이나 런던의 부동산 값을 치솟게 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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