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회원국” 분위기 성숙/8월 유엔 가입신청 추진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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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시가입안 북한측 수용 유도/끝까지 거부땐 단독가입 강행
한국정부는 8일 배포한 유엔안보리 문서를 통해 올 가을 유엔총회전 유엔 가입신청 의사를 천명했다. 이것은 북한이 남북한 단일의석가입안을 포기,한국의 동시가입안을 수용토록 하려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아울러 북한이 끝까지 이를 거부할 경우 한국만의 선단독가입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한국정부입장은 한국이 올 가을 총회이전에 유엔가입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겠다고 분명히 언급하면서도 그때까지 북한과의 동시가입노력을 계속하고 북한이 동시가입을 하지않을 경우라도 적절한 시기에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힌데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또 이같은 입장을 유엔안보리 의장에게 보내 유엔회원국들에 배포되는 문서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분석된다.
한국의 이같은 분명한 입장천명은 북한의 단일의석가입안이 현실성이 없고 한국 단독이건 남북한 동시건 한국의 유엔가입에 관한 국제적 분위기가 성숙되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소련등 공산권의 변화로 대결보다는 협력과 화해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다.
또 한국주변정세로는 한 소 수교와 한 중 무역관계개선 등 한국과 과거 공산국가간의 관계가 크게 바뀌었고 북한도 일본과 수교협상을 하면서 미국과도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유엔가입과 관련,유엔의 분위기는 지난 45차 유엔총회에서 한반도문제를 언급한 1백14개 국가중 71개국이 유엔의 보편성 원칙을 들어 한국의 가입주장을 지지한 반면 북한의 단일의석가입안을 한 나라도 지지하지 않아 한국정부를 크게 고무했다.
이같은 유엔의 분위기가 한국 유엔가입의 걸림돌이 되어온 중국과 소련의 태도에도 압력작용을 할 것으로 한국정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중 소는 한국의 유엔가입문제에 공식입장을 유보한 채 남북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을 한국은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남북한 동시가입 합의가 안될 경우 한국의 선가입주장에 최소한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태도와 관련,한국이 유엔가입 지지를 간청하기 보다는 그 정당성을 강력히 개진하고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대국으로서의 책임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한국 고위관리들이 말하고 있음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의 유엔분위기나 유엔이 강조하고 있는 보편성 원칙에 비추어 한국의 남북한 유엔가입방침은 그 정당성에 아무런 의문이 없다.
남북한이 세계 90여개국으로부터 동시 인정을 받고 있는 별개국가로 유엔산하기구등에서 별도의 회원국으로 가입활동하고 있고 스위스나 산마리노·모나코·교황청 등 유엔가입을 원치않거나 외교권이 제약된 나라를 제외하면 유엔가입을 원하는 모든 주권국가가 회원으로 가입이 허용되고 있는 유엔의 보편성원칙등은 많은 나라가 한국의 가입 정당성으로 제시하고 있는 논리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위험도 없지 않다. 북한이 끝내 동시가입에 동의하지 않고 한국의 선가입 후에도 유엔가입을 보류하거나 후가입을 선택하면서도 이를 빌미로 남북대화를 중단하거나 대남관계에서 강경선회할 것이 그 첫째 우려다.
이 경우 한국정부의 유엔가입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유엔가입문제를 남북대화 의제로 합의한 것이 한국측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급하지 않은 유엔가입으로 남북문제라는 민족문제를 그르쳤다는 비판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일반여론 뿐 아니라 한국정부 일각에서도 유엔가입문제 보다는 민족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우려되는 것은 대중관계다.
한국정부는 한국의 유엔가입과 관련,그 정당성을 당당히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거의 관례나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선 중국에 협력요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이는 한국의 대중 저자세외교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같은 분석에서 볼때 한국정부의 올 가을 전 유엔 가입신청 결정은 국제사회의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고 널리 공감되고 있는 정당성에 바탕을 두고 있어 성사의 가능성도 높지만 그에 따른 우리의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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