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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과 대권행보/물러서나 시늉인가/월계수회와 절연선언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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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구한 해석에 미묘한 파장/타계파선 반색… 박 장관측 “전술적 후퇴”
여권내 최대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이끌며 차기대권의 야망을 키워오던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이 6일 돌연 월계수회와의 절연을 공식선언,민자당은 물론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장관의 난데없는 월계수회와의 절연선언이 그의 정치적 후퇴를 의미하는 것인지,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 해석이 구구한데 일단은 박장관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교통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들어 대권도전을 노골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장관에 대해 노태우 대통령이 강한 질책과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에 내려가 있던 박장관과 김복동·금진호씨 등 친인척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이들 3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분명하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김·금씨에 대해서는 행동과 처신에 보다 신중할 것을 요청하면서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박장관에 대해서는 월계수회를 기반으로 차기대권에 도전한다는 일련의 언론보도들을 들춰가며 강한 질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북방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창주 의원이 박장관을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지칭한데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월계수회에서 당분간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여권핵심들은 한마디로 노대통령이 박장관을 「정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장관측은 이같은 사실에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면서 박장관이 월계수회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기대권 도전설이 나돌고 체육청소년부장관으로서의 공식행사 참석조차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비쳐지는 등 박장관의 행동이 여권과 노대통령에게까지 누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민정계측에서는 박장관의 월계수회 절연선언은 노대통령이 박장관의 월계수회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의 반증이자 문책이라고 규정하면서 집권후반기에 들어선 노대통령이 여권의 조직정비를 위해 박장관을 정치2선으로 후퇴시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정계는 특히 박장관이 당내에 사조직을 거느리고 존재함으로 인해 민정계의 구심점을 흐트러뜨리는등 분란의 요인이 되어 김대표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민정계 의원들의 강한 불만을 노대통령이 반영함으로써 박장관의 차기후보 가망성은 사실상 끝장났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이에 반해 박장관을 「눈에 가시」처럼 여겨왔던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측은 『공안우위에서 정치우위로 가는 정치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일단 반색하면서도 『월계수회가 완전 해체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은 당의 결속과 단합이라는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여전히 의심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계측은 6공출범 이후 노대통령의 비호아래 자신의 세력확장을 위한 전진기지로 월계수회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박장관과 월계수회와의 불가분의 관계를 비쳐볼때 박장관이 단순히 고문직을 사퇴했다고 해서 대권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민정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춘구 의원등 중진들은 박장관의 후퇴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박태준 최고위원 중심으로 민정계를 결속시키려고 해도 박장관의 월계수회가 꼭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다.
박장관의 후퇴와 월계수회의 위축에 비해 월계수회측은 다른 해석을 붙이려 하고 있다. 말하자면 박장관이 차기대권후보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게 아니라 전술적 후퇴라는 주장이다.
김영삼·김대중 양김씨가 대구회동 5개항 합의에서 밝혔듯이 1차적이고 표면적인 정치적 공략대상으로 「공안파」의 중심적인 박장관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표출한 만큼 박장관이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 소나기를 피하는 상책이며 광역의회선거가 끝나면 선거결과에 따른 인책론이 대두,당내 분파작용을 일으킨 월계수회와 박장관이 몽땅 뒤집어쓸 가능성이 커 미리 빠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박장관이 물러났다지만 새로 월계수회 회장을 맡은 강재섭 의원 역시 박장관의 심복으로 그사람이 그사람인데다 문제는 월계수회가 없어지지 않고 존속된다는 것이다.
월계수회는 그동안 박장관의 사조직으로 완전 개편돼있어 박장관의 고문직 사퇴와는 상관없이 일단 유사시 월계수회는 언제든지 박장관의 지지세력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표측이나 민정계 중진들이 우려하는 점도 그것이다. 박장관은 그동안 몇차례 타격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박장관이 보일 앞으로의 행보가 그 자신은 물론 청와대측의 진의를 가늠케하는 자가 될 것이지만 그의 이번 선언은 여권내 차기후보 구도조정에 새 양상을 낳게될 것은 틀림없다.<문일현기자>
◎월계수회/의원·엘리트 공무원 포함 회원 “2∼3백만”
6·29선언 직후인 지난 87년 7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안기부장 특보로 있던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의 주도로 강재섭 의원등의 실무팀에 의해 노후보 후원조직으로 만들어졌다. 노후보측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장악아래 놓여있던 민정당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자 여권 외곽조직으로 조직했다.
『올림픽에서와 같이 노후보를 당선시켜 월계수관을 씌우자』는 의미에서 모임이름도 월계수회라 붙였다.
대통령선거 이후 월계수회는 88년 여름 조직을 재정비,하부조직을 50여개로 통폐합하면서 박철언 당시 청와대 정책보좌관은 고문으로 물러나고 이재황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민정계 중진들이 월계수회 해체내지 당내부조직으로 흡수할 것을 건의할 때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일축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박장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박장관은 이를 자신의 사조직처럼 활용해왔다.
지역마다 회의이름도 달라 팔공회·대지회·무등회·노령회·충우회·태백회·탐라회·대륙문제연구소·미래민족문제연구소·북방문제연구소 등 전국 20여개 조직으로 돼있고 회원수 등은 비밀에 부쳤는데 회원 2백만∼3백만명,특별관리회원 3만여명으로 소문나 있으며 국회의원 20여명과 정부부처의 국장·기획관리실장·차관급 등 일부 엘리트 공무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확대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지난해말 일련의 폭력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으며 3당합당 후에는 김영삼 대표,민정계 중진들과도 마찰을 빚어왔다.<김두우기자>
◎박철언장관과 일문일답/“대통령과 얘기했지만 결정은 내 스스로/월계수회 존립은 회원들이 알아서 할 일”
여권내 최대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디딤돌로 하여 차기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야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이 6일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와 함께 월계수회와의 절연을 공식선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결정이 노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은 월계수회와 내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이 있어 3월초 고문직을 사퇴키로 결심을 굳히고 3월15일 전국회장단회의를 소집,이를 알리려 했으나 기초의회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감안,일단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과도 충분히 얘기가 됐고 화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뜻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해 사퇴키로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내자신의 거취문제인 만큼 결정은 내스스로 한 것이다.』
▲월계수회와는 연을 완전히 끊는 것인가.
『내가 월계수회에서 갖고 있는 직책이라고는 고문직 뿐이다. 고문직을 떠나게 되면 월계수회와 조직적인 연결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박장관의 고문직 사퇴가 월계수회의 해체로 연결되나.
『고문직을 떠나는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성질의 것은 아니나 월계수회의 존속여부는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할 문제라고 본다.
또 이 모임이 대통령을 위한 모임이었으므로 대통령의 뜻이 고려되어 회원들이 결정할 것이다.』
▲박장관의 사퇴가 노대통령의 친인척배제 뜻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6공에서만 일해온 것이 아니고 20여년간을 공직에 몸담아오고 있는데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가 친인척 배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월계수회 고문으로서 월계수회와 대통령간의 교량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나의 결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는 차기대권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내가 차기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내 자신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또 그럴 의사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고문직을 사퇴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나는 정치나 권력에 집착하는 병자가 아니다.』
▲3월23일 청와대 친인척 모임에서 노대통령이 친인척들중 차기대권을 노린다는 얘기에 대해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오고 간 얘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성질은 아니나 항간에 떠도는 얘기는 사실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자리에서 여러가지 걱정의 말씀도 있었으나 또한 격려의 말씀도 있었으며 그렇다고 특별한 얘기가 오고 간 것도 아니고 일반론적인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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