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인간시대』방송작가 박명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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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MBC-TV『인간시대』가 잔잔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게된 배후에는 85년 첫 방송이래 지금까지 거의 모든 내용을 집필해온 작가 박명성씨(43)의 뼈를 깎는 정성이 배어있다.
『세계 50억 인구 중에「인간시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사람이 없어요.』
이 같은 지론으로『인간시대』를 가장 모범적인 휴먼다큐멘터리로 정착시킨 박씨는『과대포장에 의한 상투적이고 자극적인 묘사는 오히려 식상하기 쉽고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원칙을 지키는데 주력한다.
따라서 어찌 보면 너무도 평범한 사람의 일상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공감대를 형성시켜준다는 것이다.
『때론 충격적인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때론 당사자들이 참기에도 곤란한 프라이버시를 밝히기도 해야「인간시대」의 주인공들이 다정한 이웃으로 다가오게 되죠.』
ENG카메라를 따라 이어지는 생생한 나레이션들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찌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것이 표현의 기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칫 소홀하게 되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때문이란다.
『가장 큰 보람이며 한 달에 서너편 집필해야 하는 고역을 기꺼이 감수하게 되는 것도 저를 포함한 모든 시청자들이「인간시대」를 보고 한층 우리네 삶을 이해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세세한 글들에 온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그토록 어려운 처지나 역경에 직면하고서도 태연자약하게 웃을 수 있는「인간시대」의 주인공들에게 감동과 존경심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76년부터 KBS·MBC에서『시민법정』『사랑방중계』『이산가족은 찾습니다』등을 구성 해오며 각종 특집물들을 두루 섭렵한 박씨는 이제 방송계에선 고참 작가로『휴먼 스토리를 주로 집필하면서 현실에서 오는 종교적인 감화 같은 기분마저 느낄 정도』라며 사명감에 젖어있다.
자신이 집필하는 프로『인간시대』의 주인공이 되기에도 충분한 박씨의 숨은 노력과 정성이 동시대 인간들의 삶을 돌아보고 이웃들 모두를「우리」로 생각하게 하는 고귀한 힘으로 자리잡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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