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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공주 이미지 훌훌~ 발랄·당돌함 볼륨 높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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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젝스키스의 '커플'을 신청하셨네요. 음…김장훈씨의 리메이크곡 '커플'을 대신 틀어드릴게요. 왜냐고요? 제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이니까요.(웃음)"

청취자의 신청곡을 이런 식으로 바꿔서 내보내는 당돌한 DJ 메이비(27.본명 김은지.사진). 젝스키스 팬들은 분노할지 모르지만, 그의 방송(KBS-2FM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을 듣는 청취자들은 '또, 저런다'며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그다지 비슷하지 않은 가수 현숙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똑같다고 우기며 개인기로 내세우는 '뻔뻔함'도 애청자라면 귀여운 애교로 받아넘긴다. 만나자마자 물어봤다. 방송에서 왜 그렇게 까부느냐고.

"그게 평상시 제 모습이에요. 라디오할 때만큼은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슬픈 노래 부르면서 얻게 된 공주 이미지도 벗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슬픈 노래 부르던 그 메이비가 맞느냐고 의아해 하는 분도 많아요."

가수 데뷔 6개월 만에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자리를 꿰찬 것은 이 같은 당돌함과 가식 없는 모습 때문이리라. 전 DJ(배우 최강희)가 하차한 뒤 임시 DJ로 발탁됐던 그는 발랄 당돌한 진행으로 PD를 흡족하게 하며 지난달 말 정식 DJ로 낙점받았다. DJ로서 느끼는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친구 같은 매체'라는 것이란다.

"라디오는 가장 사람 냄새가 진한 매체예요. 요즘처럼 남의 말 잘 안 듣는 시대에 라디오는 사람 사는 얘기를 전해 주잖아요. 사연을 들으며 저건 내 얘기구나 하면서 공감하고, 사연을 통해 자신의 얘기도 남에게 들려주죠. 이 같은 청취자와의 유대 관계가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죠."

메이비는 DJ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원래 작사가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가수 이효리를 섹시아이콘으로 만든 노래 '텐 미니트'의 작사가가 바로 그다. 이 밖에 이효리의 '쉘위 댄스' '겟차', 김종국의 '중독', MC 몽의 '그래도 남자니까' 등 지금까지 50여 곡을 작사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C 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 Part2'의 피처링을 맡은 것도 작사가로서의 인연 때문.

"MC 몽과는 연습생으로 고생하던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그때 몽이는 '피플크루'하면서 힘들어 했고, 저는 오랜 연습생 생활에 지쳐 갔었죠. 8년간 가수 준비하면서 소속사도 세 번이나 바뀌었고, 포기하려던 시점에서 우연한 기회에 가사를 썼는데, 작사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어요."

그가 작사한 노래는 경쾌한 '텐 미니트'부터 애절한 '기억이 마르면'(영화 '중천' OST)까지 감정의 스펙트럼이 꽤 넓다. 노래를 들으며 영화 시나리오 쓰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그의 작사법이다.

"원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요. 드라마를 보고 나면 며칠 동안 울어요. 내가 겪은 일처럼 생각돼서…. 영화를 봐도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봐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까지 애처로워 해요. 이별을 통보할 때 어색한 손은 어디에 있었을까 하는 식이죠."

가수로서 메이비의 매력은 단아하지만 파워 있는 보컬에 있다. 가냘프게 시작하다가 후반에 터지는 감정의 고조가 인상적이라는 평. 기교 섞인 굵은 R&B 창법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단아한 창법은 그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1집 앨범(A Letter From Abell 1689)의 '미열'을 듣고 영화 '중천'의 조동오 감독이 OST 가수로 그를 점찍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동양적 느낌 때문에 가수 이수영과 비교하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목소리나 창법에서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내년 봄 2집 앨범이 나오면 이수영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하고 느끼실 거예요."

2집 앨범은 1집 때의 색깔이나 창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좀 더 직설적인 가사로 표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작사가, 가수에 그치지 않고, 작곡에도 욕심을 내겠다고 한다.

"작사.노래는 물론 작곡까지 하게 되면 제 감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2, 3집 앨범에는 자작곡도 포함돼 있을 거예요.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음악 공부는 꼭 하고 싶어요."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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