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메리카 원주민은 누구인가"|뿌리 찾는 미 인디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요즘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에 대한 존중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영화『늑대와 춤을」의 선풍적 인기와 최근의 인구 센서스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신원을 인디언이라고. 밝힌 미국인 수가 1960년부터 1990년사이 3배이상 늘어난 센서스 결과에 관계자들은 크게 놀라고 있다. 이러한 증가폭은 자연적인 인디언 출산율 또는 이주율 증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전에는 무지 또는 수치감에서 자신을 「백인」또는「혹인」이라고 표시했던 사람들이 지금은「아메리카 원주민이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더 논리적인 설명일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를 전공한 인류학자 로버트 베터씨는 인디언 문화·종교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이 조직한 오클라호마인디언 부족 방문 프로그램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터씨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주문이 늘기 시작한 것은 체로키 인디언의 피가 섞여 있는 케빈 코스너가(공동)제작, 감독·주연을 맡은 영화『늑대와 춤을』이 개봉된 후 부터라고 밝혔다.
ABC-TV또한 이 같은 추세에 편승, 1876년 리틀 빅 혼 전투에서 전사한 조지 카스터 장군의 생애에 관한 TV 영화를 통해 아메리칸 인디언을 긍정적으로 그려 보임으로써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인디언에 대한 여론의 현격한 변화는 주로 이들 작품의 성공에 기인한다.
아직 미국 서부의 일부 오지에서 인디언들의 특별 수렵권이 보호되고 있는데 반대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풍요로운 인디언 문화와 자연을 가까이 하는 그들의 생활태도를 평가하는 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1백80만 아메리칸 인디언 자신들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초기 백인 정착자들에게 당한 무참한 패배로 상처를 받은 인디언들은 오랜 세월 정부가 지정해준 보호 거주지에서 가난·질병·음주 속에 삶을 내맡겨 왔으며, 아니면 그들의 유산을 버리고 사회에 동화되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인디언들간에 전통의 부활 조짐이 보이면서 도회지로 나갔던 형제·자매들이 인디언 보호 거주지로 돌아가 그들의 뿌리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음악, 우리의 춤이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인디언 언어를 가르치며 부족들은 자치력을 키워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디언임을 내세우고 있다』고 워싱턴에 본부를 둔 아메리칸 인디언 전국 회의의 게이 킹맨은 자랑한다.
【워싱턴 AF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