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정거래제 시행 10년/경제질서 지키는 「포도청」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불공정 거래등 4천8백건 조치/경제집중 완화·개방대비가 과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4월1일로 우리나라에 공정거래제도가 도입·시행된지 10년을 맞아 그동안의 공과를 돌아보고,경제기본법으로서의 공정거래법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공정거래제도가 뿌리는 내렸다고 보고,앞으로는 그 줄기와 가지를 제대로 키워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지키는 경제헌법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경제력집중현상을 점차 풀어나가면서 소유집중완화·업종전문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규제도 가급적 줄여나가면서 경제의 국제화·개방화추세에 맞게 제도를 정비·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다. 최근 수입바나나의 상장가격을 담합,폭리를 취한 수입상에 2억6천만원의 과징금 부과,백화점의 사기세일 규제,목욕·숙박요금을 담합해 올린 사업자단체 고발,허위·과장·비방광고를 일삼는 업체에 대한 고발 및 시정명령,양담배수입상들의 지나친 소비자경품에 대한 제재 등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경제포도청인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최수병)가 취한 조치들중 우리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제도는 80년 12월 서슬이 퍼렇던 국보위시절,경제질서의 기본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비롯됐다. 이 법의 제정은 60년대부터 태동되긴 했으나 성장우선주의라는 큰 흐름과 재계로부터의 로비에 밀려 여러차례 좌절됐다가 이때서야 결실을 보았다.
그로부터 10년,공정거래법의 제정·시행으로 산업일반의 경쟁이 그전보다 촉진됐으며 기업집단(재벌)의 소유집중도 점차 완화됐다. 대기업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횡포도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도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81년부터 지난해말까지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적발해 경고이상의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4천8백4건.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76∼79년에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75년 제정)에 따른 규제실적 1백건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79년 이전의 규제는 78,79년 당시 고추파동에 따른 중간상인의 매점·매석행위 단속과 같이 대부분 물가안정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공정거래법 발효이후 규제실적은 불공정거래행위,부당한 공동행위,독과점업자의 우월권 남용행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경품·할인판매·하도급 규정위반과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와 외국의 차관·합작투자·기술도입계약과정에서의 부당한 국제계약체결 등 두가지 유형이 전체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의 숙제는 많다. 법위반에 대한 제재가 시정명령·사과광고 게재 등으로 미흡한 상태라서 최근 민주화분위기 속에서 상습위반자가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를 상대로 맞고소하는 사태도 생겨났다.
경제가 민간주도로 빠르게 자율화·경쟁화의 물결속에서 변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쟁질서가 잡혀있지만 우리는 이제 그 질서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경쟁정책기능이 심사기능보다 중요하다.
또 개방화·국제화의 추세에 맞춰나가야 한다.
걸프전 이후 강해진 미국의 입김,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유럽공동체 통합 등에 대응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일 구조조정회의에서 일본에 미국상품의 진출을 막고 있는 유통구조와 백화점에 대한 신규참여제한 등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던 미연방 공정거래위원회 스타이거 위원장은 11월말 한국을 방문,우리나라의 공정거래제도 및 그 운용에 대한 탐색을 하고 돌아갔다. 올해중으로 미국기업들의 한국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를 철폐해 달라는 등 구체적인 요구가 현실로 닥치리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가 제보·제소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직권으로 알아서 조사에 들어가면 예방기능과 함께 공정거래위의 활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공정거래제도의 한 주요한 기능이 소비자보호이니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접수와 제품검사 등은 소비자보호원이 계속 맡더라도 그 정책과 심사기능은 외국의 예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제도 10년,정부규제도 갈수록 줄이고 자율화·경쟁화·개방화로 향하는 경제발전추세에 걸맞은 위상과 함께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제도운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양재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