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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만들 때 수익 거의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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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펀드 얘기만 나오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둘 있다. 김휘곤(35·사진左)과 우현섭(38).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와 제로인의 애널리스트다. 두 회사는 국내 펀드평가사 시장을 양분하고있는 대표업체다. 언론에 등장하는 펀드 수익률 대부분이 이들 회사가 제공한 것이다.펀드 전문가인 이들을 만나 올바른 펀드 투자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김휘곤=펀드평가사라는 말이 낯설 지 모르겠다. 투자자들에게 펀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전략을 조언하는 게 우리 일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비슷하다. 펀드 '평가'사라고 하니 어떤 펀드가 좋으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증권사는 개별 종목을 분석해서 추천 종목을 선정할 수 있다. 펀드는 그렇지 못하다. 펀드에 투자할 때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에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펀드를 고르고 수익률.변동성 등을 따진다. 이렇게 해서 몇 개의 펀드로 간추려졌다면 이들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체크한 후 기왕이면 보수가 싼 펀드를 고른다.

▶우현섭=모두에게 좋은 펀드는 없다. 개인마다 투자 목적이나 성향이 틀리고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가 다르다. 수익이 나더라도 원금 까먹을까봐 마음 졸이게 하면 그건 좋은 펀드가 아니다. 스트레스 주는 펀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어떻게 투자 자산을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수익률의 94%가 결정된다고 한다. 비슷한 펀드 중 뭘 고를까 고민하기보다는 전체 자산 배분에 신경 쓰는 게 낫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를 도와주는 곳이 없다. 판매사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실상 펀드 가입할 때 고객과 나누는 대화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된다. 무슨 얘기를 하겠나. 그냥 파는 거다. 이런 식의 '불완전 판매' 가 쌓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김=그렇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거다. 판매사가 펀드에 대해 충분히 조언해 준다면 투자자들은 판매 수수료를 서비스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생각할 거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알아서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게 잘 안되다 보니 몰빵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3개의 펀드가 각각 30%, 10%, -10%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사람들은 30%와 -10%를 비교한다. 전체 펀드 투자로 은행 이자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고는 생각 않는다. 괜히 30% 수익률 펀드에 몰빵했다가 장세 변화로 이듬해엔 낭패를 본다.

▶우=눈앞의 수익률만 쫓는 것도 큰 문제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것보다는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가 더 낫다. 어떤 펀드가 수익률 연 50%의 대박을 냈다가 다음해에 -10%가 되면 100만 원이 135만 원 된 꼴이다. 그런데 연평균 20%씩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라면 2년 뒤 100만 원은 144만 원이 된다. 수익을 내는 것만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 펀드에 가입한 후에는 6개월, 적어도 1년에 한 번쯤은 펀드를 체크해야 한다. 계속 수익률이 안 좋은 펀드라면 그게 펀드의 문제인지 시장의 문제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재테크로 돈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할 얘기가 있다. 제발 공부를 좀 하시라는 거다. 은행이자+a의 수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김=당장 연말이다 해서 송년회가 잦다. 송년회 하기 전에 자기가 든 펀드들을 모아 놓고 1년 결산을 해보시라. 쉽지는 않겠지만 자산을 불리고 싶다면 반드시 해보는 게 좋다.

▶우=내년에도 적립식 자금이 계속 들어오겠지만 해외펀드로 돈이 몰려 국내 증시가 대폭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외국인 매도세도 아직 끝난 게 아닌 것 같고. 역시 투자 자산별, 지역별 분산 투자를 해야한다.

글=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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