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그만두고 「삶의 질」에서 뒤떨어지면 후진국이다. 세계 선진국들은 지난 1970년대부터 「삶의 질」이란 말을 선진국의 간판처럼 내세웠다. 영어로는 「퀄리티 오브 라이프」,QL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미국만 해도 80년대가 다 지나도록 역시 물량의 성장을 따졌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80년대 미국기업들의 새 상품 이름을 조사한 결과 「골드」(황금)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호경기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번쩍 번쩍하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낸 것이다.
요즘 그 미국에서 「그린」(녹색)이라는 말이 상품명으로 각광받고 있다. 「에코」,「엔바이런」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품도 마찬가지다.
「에코」는 생태학이라는 단어에서 따온 말이다. 「엔바이런」역시 환경이라는 말의 첫 글자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환경에 쏠리는 세상이 되었다.
「삶의 질」을 유엔은 HDI라는 영문자로 표기하고 있다. 「휴먼 디벨로프먼트 인덱스」의 약자다. 사람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를 따지는 지표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건강),지식을 얼마나 많이 얻을 수 있는가(교육),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수입이 얼마나 많은가(GNP=국민총생산),이 세가지가 행복을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조건의 첫째는 쾌적한 환경이다. 깨끗한 물,맑은 공기는 쾌적한 환경을 이루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바로 이 조건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우선 깨끗한 물의 조건인 하수처리율이 31%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꼴찌권이다. 하다못해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만도 못하다. 이들 나라는 적어도 모두 37%를 넘고 있었다.
아황산가스의 경우는 세계 54개 유명도시 가운데 서울이 밀라노(이탈리아) 심양(중국) 테헤란(이란)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다. 자랑스럽게도 세계 4위다. 쓰레기는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1위로 미국의 하루 1인당 평균 2㎏을 앞선 2.22㎏이다. 이것은 최근 우리나라 환경처가 집계한 조사자료다.
우리는 지금 지방자치선거를 한다고 매일같이 목청을 돋우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을 덮어두고 아무리 그 목소리가 커도 후진국을 면하기 어렵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민주주의야말로 진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