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가담자 못잡아도 입건/사진만 찍히면 지명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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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사권 남용·인권침해 우려/본인도 모르게 사회활동 제약
경찰이 대부분 대학생들인 시위 가담자등 집시법 위반자에 대해 검거후 입건·처벌이라는 지금까지의 처벌방침을 바꿔 사진채증만으로 입건·기소중지·지명수배키로 해 법조계로부터 수사권 남용·전과자 양산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치안본부는 19일 화염병 투척등 폭력시위자의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국 경찰국 대공·정보·수사관계관 회의를 소집,폭력시위자는 검거한 뒤 입건해오던 지금까지의 처리방식을 바꿔 사진채증·참고인 진술서 등만을 증거로 바로 기소중지자로 전산망에 입력시켜 전국에 지명수배토록 지시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19일 89년 7월이후 각종 시위에서 화염병을 던지거나 돌·각목·쇠파이프 등을 사용한 미검거자 2백51명을 1차로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사진채증된 시위 혐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2개월간 소재 파악등 추적한 후 검거되지 않으면 이들이 학생신분이란 점을 고려,사실상 추적을 포기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사진채증만으로 지명수배될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 취업·해외여행 등 사회활동이 제약을 받게된다.
치안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폭력시위자는 검거된 후 형사입건함으로써 대학생의 경우 졸업후 수사가 흐지부지 되는등 검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같은 수사상 폐단을 막기 위해 폭력시위사범도 일반 형사범과 같은 방식으로 검거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찬운 변호사는 『경찰의 이같은 방침은 사진찍힌 사람 모두를 혐의자로 만들어 입건하겠다는 것으로 행위가담정도나 성향 등을 구체적으로 가리지 않고 입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용 우려와 함께 인권침해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변호사는 또 『학생들이 한때의 젊은 기분으로 비판적 입장에서 시위에 가담할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사진촬영에 의해 입건한다는 것은 국가 스스로 범죄인을 불필요하게 양산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변호사는 이와 함께 경찰의 인력 및 업무량 등을 감안할 때 범죄와 직접 관련된 현장사진인지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리지 않은채 기계적으로 수배해버릴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도 『경찰의 이같은 방침은 폭력시위자 대상자 선정에서 공권력의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사진채증·참고인 진술서만으로 폭력시위자를 수배할 경우 범죄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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