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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선정 2006 새뚝이 <4>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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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의 물살 가를 '탈아시아급 어뢰'
박태환

박태환은 지난해 울산 전국체전 4관왕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됐지만 본지 '새뚝이'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박태환은 대표팀 최연소로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부정 출발로 실격한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1년. 고교생 박태환은 한국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한 거물이 됐다. 올해 그가 보여준 일취월장은 잘 짜인 각본을 보는 것 같았다.

4월 세계쇼트코스(25m) 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정규코스(50m) 대회는 아니었지만 세계대회에서 거둔 한국 수영의 첫 메달이었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8월 범태평양 국제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은 한국 선수 최초의 정상급 국제대회 우승자로 기록됐다. 자유형 400m와 1500m 우승으로 2관왕, 2위로 들어온 200m에서는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박태환의 모습은 탈(脫)아시아급이었다. 중국.일본의 경쟁자들을 월등한 실력 차로 물리치고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3관왕과 대회 MVP에 올랐다. 박태환은 올해 자유형 200m와 400m, 1500m의 아시아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일본 언론마저 박태환을 '자유형에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동양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태환은 50m를 제외한 자유형 모든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박태환은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26.자유형 1500m 세계기록 보유자)과의 맞대결을 원하고 있다. 호주 국민도 박태환의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호주 언론들은 "박태환이 해켓의 악몽으로 떠올랐다"며 박태환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1m98㎝, 90㎏의 해켓과 1m81㎝, 76㎏인 박태환의 대결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다. 내년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만날 것이다. 다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이제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박태환을 보고 싶다.

이충형 기자

100년 숙원 풀어준 새 '은반 요정'
김연아

'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에 도전한다'.

최근 국민은행과 6개월간 광고모델 계약을 한 김연아의 광고 컨셉트다. 김연아가 세계 피겨스케이팅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은 '국내 1등이 세계 20등도 하기 힘든 피겨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챔피언(3월)-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우승(11월)-그랑프리 파이널 우승(12월)에 이은 세계랭킹 5위 등극 등 2006년 한 해 동안 김연아가 새로 쓴 역사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 100년사를 단숨에 뛰어넘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팽팽하게 맞서 온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확실하게 제침으로써 심리적으로도 앞서게 됐다. 김연아에게 2006년은 '최고의 해'였지만 내년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아시안게임이라고 해서 금메달이 쉬운 도전은 아니다. 세계랭킹 10위 안에 무려 다섯 명의 선수를 올려놓은 일본에서 어떤 선수가 출전할지 모른다. 이들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긴 했어도 아직 세계 5위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야 '월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붙고, 세계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김연아의 피겨 정상 정복은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려는 평창에도 희소식이다.

한국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나머지 겨울올림픽 종목에서는 부진했다. 특히 스키와 아이스하키는 후진국에 속한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오타비오 친콴타(이탈리아) ISU 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저변을 넓히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연아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은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한국 겨울스포츠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쾌거다.

성백유 기자

신인왕.MVP … 프로야구 삼킨 '괴물'
한화 투수 류현진

프로야구 한화의 '괴물 신인' 류현진(19)은 올해 프로야구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신인 투수이면서도 다승(18승).평균자책점(2.23).탈삼진(20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투수 3관왕에 오르더니 국내 프로야구 출범 25년 만에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쥔 선수가 됐다. 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2위)이 조화를 이루며 연말 시상대를 휩쓸다시피 한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기주(KIA), 유원상(한화) 등에게 밀려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그러나 싱싱한 어깨와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쟁쟁한 대선배들을 꼼짝 못하게 하며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흔히 겪는 '2년차 징크스'가 류현진에게도 해당할지 지켜볼 일이다.

성백유 기자

나눔이 더 값진 18세 '골프 명품'
여자 골프 신지애

신지애(18.하이마트)는 여자 골프 최강국 한국이 낳은 또 하나의 명품이다. 18세의 프로 초년생인데도 자로 잰 듯한 아이언샷을 무기로 올해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상금왕.다승왕.신인왕 등 5개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더구나 한국 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시즌 평균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60대 후반과 70대 초반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육상에서 100m를 9초대에 뛰는 것과 10초대에 뛰는 것만큼 차원이 다르다.

신지애는 운동만 잘하는 스윙머신이 아니다. 나눔에 인색한 국내 스포츠계에서 사랑의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연초부터 이곳저곳에 낸 성금이 어느새 5000만원에 이른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여서 나눔이 더 값지다.

성호준 기자

최연소 기록 다시 쓰는 '황금발'
여자축구 지소연

지소연(위례정산고)은 올해 한국 여자축구의 '최연소' 기록을 새로 써가고 있다.

지소연은 12월 1일 도하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혼자 두 골을 터뜨려 2-0 승리를 책임졌다. 한국 남녀를 통틀어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최연소(15세293일) 골이었다. 종전은 박은선(서울시청)의 16세105일이었다. 남자는 고종수의 18세87일. 지소연은 10월 28일 피스퀸컵 브라질전에서 '최연소 A매치 데뷔(15세 251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을 존경한다는 지소연은 포지션도 지단과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1m61㎝, 62㎏의 다부진 체격인 지소연은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나고, 공간으로 넣어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축구인들은 "한국 여자축구를 책임질 기대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영재 기자

'36년 일본 통치'한칼에 베 버려
남자 검도 대표팀

검도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일본은 스포츠 종목으로서 검도의 틀을 만들었고, 세계 검도의 맹주 자리를 지켜 왔다. 1970년에 시작돼 3년마다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는 12회 대회까지 남녀 개인.단체 전 종목을 일본 선수들이 휩쓸었다. 그러나 12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13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정국(40.대구 달서구청), 강상훈(27).김용대(28.이상 노키아TMC), 이강호(28.구미시청), 김완수(24.무안군청)가 출전한 한국 남자 검도대표팀은 '36년 일본 통치'를 깨뜨리고 우승했다.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각국 검도인들은 "한국의 바르고 큰 검도가 앞으로 국제 검도계를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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