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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의 공감대 조성 미흡/공정성 시비 “고질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대종상 왜 해마다 말썽인가/올해도 『누가 용…』등 심사 보이콧이 발단/“과열 막게 개봉작 심사” 여론일어
영화계의 가장 큰 잔치라는 대종상영화제가 올해도 잡음과 물의속에서 끝났다.
본선진출작 5편중 2편이,그것도 수상이 유력시되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두 제작사와 감독이 참여를 거부했고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그와는 상관없이 부문상을 수여하는 무리수를 연출했다. 본선 심사위원 허장씨는 오해받기 싫다면 사퇴하기도 했다.
대종상의 잡음은 연례의 고질이지만 본설진출작이 심사 보이콧을 한 것은 대종상 사상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불참을 결정한 한진흥업(은마는…)·서울필름(누가 용…)은 『공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데 뭣때문에 들러리를 서느냐』고 주장했다.
그들은 유동훈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들에게 반정부영화·반미영화는 수상대상이 안된다고 말한 저의가 뭐냐고 따졌다. 『누가 용…』은 정치영화로,『은마는…』은 반전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집행위는 『반정부·반미영화라는게 딱히 규정돼있는 것도 아니고 불참제작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작품이 어떻게 예심을 통과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심사는 심사위원의 권한이지 집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쪽 주장이 어떻든 판이 흔들려 버린 영화제를 보는 팬들의 입맛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61년 제정된 이래 대종상은 말썽없이 치러진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민을 상대로 한 영화제라면 제작사측은 「의연하게」 참가하고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면 이를 여론에 부쳤어야 했다.
이 경우 심사의 내용이 공개돼야함은 물론이다.
유집행위원장도 그런 발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발언의 의도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한 것은 분명 그의 실수다.
『누가 용…』이나 『은마는…』와 별개로 영화관계자나 팬들은 『혼자도는 바람개비』가 본선에 오른 것도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해 청룡상·춘사상을 받았고 영화평론가들이 90년 최고작품으로 평가한 『그들도 우리처럼』『남부군』이 어떻게 『혼자도는…』에 뒤져 탈락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팬들과의 공감대가 이뤄지지 못하는데서 대종상의 권위에 흠집이 오고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않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85년 이전에 작품상을 받은 제작사엔 당시 시가 3억원짜리라는 외화수입쿼타가 주어져 제작사간에 「처절한」 수상경쟁이 벌어졌었다.
대종상 수상작품(특히 작품상 수상작)은 상당한 흥행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지난해 수상작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서울개봉관에서만 33만명을 동원했고 89년 수상작인 『서울무지개』는 그해 최고 기록인 27만명을 끌어모았었다.
그때도 『「서울무지개」가 상을 못받으면 충무로가 발칵 뒤집힐 것』이라고 집행위 관계자가 발언해 예심 출품작이 철회결의를 하는등 물의를 빚었었다.
영화관계자들은 이러한 흥행을 노린 제작사간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대종상도 아카데미상처럼 개봉작에 한해 심사대상을 삼자고 주장한다.
이미 개봉이 끝난 영화라면 제작사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수상다툼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심사과정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운동」을 막아 잡음을 없앨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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