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납치 해결 최우선" 한국 "핵 문제만 다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과 일본이 6자회담장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놓고서다.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을 6자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반면 한국은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북핵 문제 외에는 제기하지 말자"고 못박고 있다. 일본이 납치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 6자회담이 헝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일 간의 이런 입장 차이는 18일 전체회의의 수석대표 기조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는 기조발언에서 "납치.핵.미사일 등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일.북 평양선언에서 규정한 일.북 국교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납치 문제의 해결 없이 일.북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며 "납치 문제는 아베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고, 조기 해결이 중요하다"며 정권 차원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사사에 수석대표는 '핵과 미사일.납치'라는 과거 6자회담에서의 표현을 '납치.핵.미사일'로 납치를 앞세워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는 기조발언에서 "6자회담 본회의에서는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만 논의하고 이외의 문제는 당분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자 차원의 관심 사안은 별도의 양자 협의 또는 실무그룹을 통해 본회의와 분리해 진행하는 것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며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각 측은 6자회담의 진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 수석대표의 이 발언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6자회담에서'납치 문제'를 거론치 말자고 선을 그은 셈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면서 납치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일본에 대해 "6자회담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며 일본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은 북한의 거부로 양자 차원에서 납치 문제 논의가 어렵다고 판단해 6자회담 틀 속에 납치 문제를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이 필요한 정부로선 일본이 본회담에선 납치 문제를 거론치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