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서방' 제동 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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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란 유권자들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나친 반(反)서방주의에 제동을 걸었다.

15일 동시 실시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AE)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강경보수파인 현 정권을 비난해 온 중도보수파와 개혁파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이에 따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 뒤 1년 반 동안 추진해온 핵개발과 서방과의 대립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발표된 테헤란 지역 AE선거 최종 개표 결과 중도보수파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약 150만 표를 얻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측근인 무하마드 야즈디(7위)에게 70만 표 정도를 앞섰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중도파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이번에 대량 득표를 한 것은 개혁파와 연대해 힘을 받은 데다 현 정권이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를 등한시하고 서방과의 대결에 치중해 국민이 등을 돌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E는 이란 최고 권력자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임명.탄핵권을 가진 중요한 조직으로, 각 주의 인구별로 배정된 위원 86명으로 이뤄진다. 중간선거 성격을 띤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테헤란 지역의 18일 개표 결과에 따르면 중도보수파가 총 15석 중 8석을 차지하고, 개혁파가 4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선거에서 개혁파가 한 석도 얻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약진이다.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가 현재 개표 상황과 같은 방향으로 나온다면 개혁파와 중도보수파는 2003년 2월 지방선거 이후 강경 보수파에 내줬던 정치적 지배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중동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19일 "핵개발 강행과 강경한 반서방 독자 노선으로 국제사회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온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이 유권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이번 선거에 패배했다고 해서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급변하지는 않겠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며 "지금까지의 강경 일변도 대외노선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이상 부분적으로는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미 승리를 선언한 개혁파 정당인 참여전선 측은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현 정부의 무능력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아니오'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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