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多者 안전보장 함정 생각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며칠간 반가운 소식들이 이어졌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제2차 6자회담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이에 앞서 미국은 다자간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그 같은 미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미국과 북한이 안전보장 방안의 개념에 일치해 가고 있다는 게 곧 완벽한 합의를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릇된 안전보장 방식은 오히려 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WMD 강제사찰 받아들일 것인가

강력한 미국의 군사력을 대면한 북한이 일정한 안전보장을 바라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남한과 동아시아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각국은 적국에 안보를 제공해야만 스스로도 진정한 안보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옳았다. 미국이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 남한을 방어해야 할 법적 의무와 상충된다. 만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려는 게 명백해질 때 미국과 남한은 북한을 선제공격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전보장에도 함정은 있을 수 있다. 거래의 불균형 때문이다. 안전보장을 위해 북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고, 이를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단지 불가침의 '의도'에 대해서만 약속할 뿐이다.

다시 말해 이번 거래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왜 이번 거래를 받아들이는 걸까.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일은 바보가 아니다. 이 게임엔 무엇인가가 더 있다.

첫째 가능성은 김정일이 체면을 위해 안전 보장을 원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 외에 별다른 대가는 없다. 둘째로는 그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약속을 위반하기로 작정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따라서 미 정부는 강제 사찰을 주장해야 한다. 그가 사찰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셋째 가능성은 더욱 좋지 않은 것이다. 조만간 북한은 미국의 군사력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 할 수도 있다. 만약 북측이 진정 미국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핵 억지력을 가지려 했다면, 그것의 포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의 대북 억지력을 포기하게 하는 것밖에 없다.

만약 북한이 이런 요구를 한다면, 조지 W 부시 정부는 이를 거부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남한 측의 반응이 우려된다. 북한은 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바에 의문을 제기하는 남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미국의 군사력을 의제로 삼아 미국과 남한을 이간질하려 할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이런 책략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미군을 약간 줄이는 쪽이 낫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정도의 대가로 미래의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안전보장 문제가 작거나 사소하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김정일에 대한 안전보장은 상징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번 일을 그르치게 되면 남한의 안보를 침해하고 향후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일방적 주둔군 감축 제안 거부를

무엇보다 미국은 북측이 미국의 군사력을 거래의 한 요소로 만들려 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나 남한에 대한 위협을 거론하는 등 대응방안을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이 같은 시나리오와 관련, 시급히 남한과 협의해 북측이 안전보장을 가지고 어떤 장난을 치려들 것인지, 그것이 남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셋째로, 미국은 중국에 시급히 연락해 일방적인 주둔군 감축 제안은 어떠한 것이라도 거부할 것이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에는 불안해 하는 김정일을 다시 설득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대흥정'의 협상이 시작된다면 김정일은 가능한 한 최상의 것을 얻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미.한.중.일은 이에 대응해 단결된 전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硏 동북아정책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