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 개혁파 사활건 승부수/모스크바 50만 시위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보수 고르비」에 옐친 대반격/양측 주장 평행선… 타협 물 건너가
11일의 고르바초프 집권 6주년을 하루 앞두고 10일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50만 군중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는 최근 소련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파 후퇴,보수파 재등장이라는 정치구조적 변화에 대해 개혁파가 띄우는 「마지막 승부수」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에 앞서 9일 개혁파 민주전선은 모스크바에서 옥내집회를 갖고,보수파에 대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자리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은 고르바초프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한편,오는 17일 실시되는 소 연방제 유지의 가부를 묻는 전연방 국민투표에서 반대입장을 취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개혁파가 이처럼 결전의지를 표시하고 나선 주된 이유는 최근들어 보수파의 개혁파에 대한 공세가 날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군부·국가보안위원회(KGB)를 중심으로하는 보수파는 소련 지도부에서 개혁파 인사들을 대거 축출,권력기반을 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련의 최고권부인 대통령직속의 안보회의(대통령 포함,10인으로 구성)는 바딤 바카틴 전 내무장관을 제외하곤 보수파가 모두 장악해 버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또한 최근들어 보수파쪽으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과거의 개혁보다는 「법과 질서」를 내세우면서 개혁파의 무책임한 주장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고르바초프의 옐친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비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열돼 두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제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옐친으로서도 고르바초프가 이제 보수파 입장에 선 이상 더이상 타협할 수 없으며,양파간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인식하기에 이른 것 같다.
한편 이미 기능정지 상태에 있는 소련 경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되기는 커녕 계속 악화상태를 걷고 있다.
지난 겨울 식량파동은 소련의 경제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코피·보트카 등은 상점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이며 설탕과 성냥 등 특정물품의 품귀현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내일은 어느 물품의 파동이 일어날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파블로프 연방총리의 보고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등 보도에 따르면 소련의 올해 공업생산율은 작년대비 1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1월에만도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나 줄어들었다.
무역사정은 더욱 나빠져 89년 소련의 무역은 1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90년 적자액이 1백억루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난 타개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통령에게 경제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이 부여되고 보수파 관료들이 중용되기 시작했으며,경제활동에 관한 KGB의 감찰권이 확대됐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2월말 단행된 내각개편을 통해 이러한 정책방향이 현재 소련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현실을 타개할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임명된 관료들이 대부분 개혁에 미온적인 보수파 관료들인데다 현재 소련경제를 침체의 수렁에서 건져낼 사실상의 방안이 없다는 측면에서 소련의 경제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경제적으로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해 보수·개혁 양파의 주장은 도저히 서로 양립될 수 없는 것이며 정치적으로 소 연방의 장래에 대해서도 연방고수의 보수파와 각 공화국에 권한 대폭 이양을 주장하는 개혁파는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를 건 싸움은 이미 시작됐으며 이제 그 결과만 남아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고르바초프 집권 6년
▲85. 3 체르넨코 사망(10일),고르바초프 서기장 취임(11일)
▲86. 2 공산당 제27차대회,페레스트로이카 노선 확인
4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26일)
11 개인노동법 채택,경제자유화 시작
▲87.11 혁명 70주년 기념연설,스탈린 비판
▲88. 5 아프간 주둔 소련군 철수 개시
10 고르바초프 최고회의 간부회 의장겸임
▲89. 3 복수후보제에 의한 최초의 인민대의원 선거
12 부시 미 대통령과 몰타회담,냉전종식 선언
▲90. 3 공산당독재 포기,초대대통령에 고르바초프 선출(15일).
5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 옐친 취임(29일)
10 고르바초프,노벨평화상 결정(15일)
▲91. 3 대통령회의 대신하는 안전보장회의 발족(7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