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학/동서 국경서 손맞잡는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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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일·폴란드 접경에 설립 진행중/경제·환경등 동구 필요학문 연구
독일·폴란드간 해묵은 국경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유럽협력시대를 열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양국 국경근처에 「유럽대학」이 설립될 예정이다.
통일독일의 동쪽끝에 있는 국경도시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시에서는 현재 폴란드를 비롯,프랑스·영국·미국·소련·EC(유럽공동체)와의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설립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는 지금까지 국경 오데르­나이세선을 둘러싼 논쟁이 끊일새 없었으나 이번엔 서로의 주장을 접어두고 국경선상에서 손을 맞잡으려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럽대학이란 이름이 의미하듯이 앞으로 동서유럽의 학술·문화교류의 거점을 이 국경지역에 마련하려는 관계자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유럽대학 구상이 전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시에서 개최된 독­폴란드 총리회담석상.
오데르강과 그 상류에 위치한 나이세강 동쪽 해안의 구 동독령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 국제조약으로 국경을 확정짓지 않은채 폴란드측에 할양됐다.
그후 독일 보수진영은 이곳이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땅」임을 주장,폴란드와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양국 총리회담에서 오데르­나이세선이 최종국경임을 확인,이를 보증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했다.
나치독일의 폴란드 침공,국경논쟁등 어두웠던 과거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양국간 선린우호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되고 있는 유럽대학의 예상건설비는 약 7억3천만달러(한화 약 5천3백억원) 규모.
이 건설비는 독일정부와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시가 소속된 브란데부르크주가 반씩 부담하고 예비자금은 EC로부터 조달한다.
연구부문은 우선 국제무역·마키팅등을 주로 하는 경제학부를 설치해 동구권의 경제개발,특히 소련 발트해 연안지역의 진흥개발에 협력해나갈 생각이다.
그밖에 슬라브계 언어연구센터·동서간 비교정치학·EC관련법학·환경보호학·공해병치료 의학등 현재 동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부분을 연구할 학과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개설하게 된다.
교수진은 독일·폴란드의 유명교수는 물론 프랑스 문교부·영국 에든버러·미국 스탠퍼드대 등으로부터도 영입할 계획이다.
학생은 유럽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모집하게 된다.
또 폴란드 포즈나니대와는 특별제휴를 하고 양측의 학생이 양대학에서 서로 자유롭게 강좌를 선택,학점이수가 가능하게 된다.
1506년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대학이 개교한 그날인 4월23일을 기해 유럽대학사무국을 발족시키기위해 현재 준비작업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우선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 시내에 남아 있는 구 동독시대의 공산당사무소·군병영등을 개축,올해 안으로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구 8만5천명의 프랑크푸루트 안 데어 오데르시는 19세기께까지 일종의 모델도시형태로 발전해왔으나 제2차세계대전으로 인해 도시의 70%가량이 파괴되는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전후 그러한 아픔을 딛고 일어난 지금의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시는 금속·전자분야의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
또 독일과 폴란드·소련을 잇는 교통의 요충으로 독일통일후 루마니아·불가리아·소련으로부터 난민이 흘러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냉전종식후 유럽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제협력을 모색해나가는 노력의 한 단면을 유럽대학 설립에서 찾아볼 수 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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