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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에 질렸다" 프랑스 록 가수 알리데 "스위스 이주"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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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는 전설적 록 음악가 조니 알리데(63.사진)가 정부의 세금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스위스로 이주하겠다고 밝혀 프랑스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알리데는 13일 주간 렉스프레스와의 회견에서 "연간 6개월에 하루를 더한 시간을 스위스의 스키 휴양지인 그슈타드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혀 국외로 이주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알리데는 다음날 유럽1 라디오와의 회견에서도 "2005년에 수입의 68%에 해당하는 600만 유로(약 73억원)를 세금으로 냈다"며 "다른 많은 프랑스인처럼 나도 엄청난 세금에 질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알리데는 1년 전에도 세금에 불만을 표시하며 부친이 태어난 벨기에로 이주하겠다고 밝혔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벨기에와 스위스에는 프랑스가 시행 중인 부유세가 없어 부유층과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알리데의 스위스 이주 발언이 나온 뒤 예산장관이자 정부 대변인인 장 프랑수아 코페는 즉각 "예산장관으로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도 "나라의 재정 상태를 볼 때, 세금을 덜 내려고 프랑스를 떠나려는 알리데의 결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파 의회 의원인 리오넬 뤼카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정부가 알리데의 외국 이주를 한탄할 게 아니라 부유세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뤼카는 "알리데가 발(足)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알리데의 발언은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제1야당인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당신을 사랑하고 성공시켜 준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에서 세금 내는 게 당연하다"며 알리데의 세금 도피 행각을 비난했다.

반면 우파인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유력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총재는 "예술가.혁신가.연구자가 나라를 떠나는 것은 우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떠나는' 알리데보다는 '그를 떠나게 한' 프랑스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에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알리데가 사르코지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사르코지 맨'이란 사실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당 전국서기이자 당 대선후보 루아얄의 동거 파트너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사르코지가 그런 친구를 사귀어서는 대선을 잘 치를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대거 면제해 주는 프랑스에서 소득세 납부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50%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그간 고소득 계층 소득세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추는 대신, 자산이 75만 유로 이상인 사람에게 추가로 부유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파 정치인들이 지난해 부유세 폐지를 시도하는 등 논란을 빚어 왔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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