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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유력 후보로 떠오른 오바마 혹독한 자질 검증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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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8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는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배락 오바마(사진)가 혹독한 검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대형 피자식당체인을 운영하며 정치인들과 어울려 온 사업가 안토닌 토니 레즈코와 오바마 사이에 수상한 거래가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레즈코는 일리노이주 지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에 주정부 사업권을 따도록 해준 뒤 사례비로 500만 달러를 챙기려던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 '주택 게이트'=사건은 오바마가 자서전 출판계약을 하면서 선인세로 190만 달러를 받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바마는 이 돈으로 지난해 시카고 교외 사우스 사이드의 165만 달러짜리 고급 저택을 사들였다. 그런데 오바마가 집을 산 당일 레즈코도 오바마의 집을 둘러싼 공터를 62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얼마 뒤 오바마는 레즈코에게 10만4000달러를 주고 레즈코의 공터 일부를 사들여 집 마당을 넓힌다.

신문에 따르면 이 거래는 시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 당시 레즈코는 부당이득 추구 혐의로 연방 대배심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연방검사 패트릭 피츠제럴드가 레즈코의 범죄를 '광분에 가까운 부패 음모'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게다가 레즈코는 오바마가 1990년 하버드대 법대생이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온 인물이다. 그는 오바마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여러 행태로 후원 활동을 해 왔다.

◆ 오바마 즉각 사과=오바마는 보도가 나온 직후 공개 사과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는 "후원자로부터 땅을 사들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며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또 레즈코가 준 정치자금 1만1000달러도 공익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에 대한 공격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그가 청년 시절 코카인을 흡입했다는 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흡연자란 점도 시비감이다. 또 조상이 무슬림(이슬람교도)인 데서 온 그의 미들네임 '후세인'에 대한 비아냥도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그의 늘어진 귀조차 조롱감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신 '오덤보'란 별칭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트리뷴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오바마와 미국민 간의 허니문은 끝났다"며 "이제 그는 과거를 깨끗이 털어야 미래(대선)로 나아갈 수 있다"고 16일 지적했다. 반면 애틀랜타 인스티튜션의 칼럼니스트 신시아 터커는 "이런 공격들은 백인 대선주자들에게는 아주 일상적 수준의 것"이라며 "'흑인'이란 점만 부각됐던 오바마도 이제 진정한 의미의 '보통' 대선주자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나쁜 일만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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