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심판 이미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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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스포츠계의「우먼파워」가 남성 스포츠 못지 않게 맹위를 떨쳐 온지 이미 오래다. 탁구·농구·배구·골프 등 구기종목에서는 국제무대의 전적에 관한 한 오히려 여성우위가 확연하다. 이런 가운데 80년대 들어 우먼파워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심판 계에도 뛰어들었다. 농구의 정행덕(26)씨, 하키의 이미옥(28)씨가 맹렬 여성 프런티어 들이다
격렬한 몸싸움, 날카롭게 부딪치는 스틱 웍 속에 번뜩이는 눈동자.
스피디한 하키 경기에 여성의 섬세하고 예리함으로 필드의 지휘자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여자국제심판 이미옥씨.
온양여자종합 고등학교 체육선생인 이씨는 이 학교 하키 팀의 코치까지 맡아 1인3역을 해내는 맹렬 우먼이다.
국내 여자 심판으로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씨는 온양여종고→서원대(구 청주사대)에서 센터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출신.
이씨는 지난 85년 대학 4학년 때 심판으로 처음 필드에 나섰으며 스위스 국제심판학교에서 정규코스를 마친 정통파.
이씨는 85년3월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인터콘티넨틀 대회에 국제심판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현재 국내외 40개 대회를 소 화한 베테랑으로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여자심판이다.
지난 1월6일 매킨리 봉을 등반한 산악인 김웅식(28)씨와 결혼한 이씨는 남편의 이해와 후원으로 하키를 통해 스포츠의 진수를 익히고 있다.
현재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하고 있는 이씨는 하키 협회장인 정태수 한보그룹회장의 구속으로 하키 계가 어수선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하키 인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
이씨는 지난 82년 8월25일 국제심판 1호로 탄생된 신정희(36·여성체육회 사무국장)씨에 이어 두 번째 국제심판이 되었으며 현재 국내에는 총 4명의 여자 국제심판이 활약 그러나 신씨가 저지로 가끔 운동장에 나오고 있을 뿐 실제로 심판으로 활약하는 인물은 이씨뿐이다.
덩치 큰 외국 여자선수들의 틈에서 자그마한 몸매(1m62cm·54kg)로 단호하게 판정해 대는 이씨는 어느새「면도날 심판」이란 국제 닉네임을 달고 있을 정도다.
이씨가 맡았던 경기 중단 한차례도 판정시비가 일어나지 않은 사실은 이씨의 심판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세계 하키 계가 남녀연맹으로 나뉘어진 가운데 보수성이 강해 여자심판이 남자경기를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언젠가는 주심을 볼 날이 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한국여자하키가 세계정상인 것에 맞춰 여자심판도 세계 최고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국내 여자 스포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이씨의 경쾌한 몸놀림과 날카롭고 공정한 판정은 끝없이 도전하는 한국여성의 성취 욕과 꼿꼿함의 표본이다. <장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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