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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아이디어 낸 사람 영웅·스타로 대접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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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열린 부품소재 신뢰성 포럼에서 잭 웰치와 김종갑 산자부 차관(右)이 화상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영의 달인'으로 알려진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15일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부품소재 신뢰성 국제포럼'에서 한국 산업계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그는 이날 '글로벌 시대의 도전과 생존'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제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빨리 내놓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한국도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회의장인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10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웰치가 현재 살고 있는 미국 보스턴 현지를 화상으로 연결해 1시간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웰치는 자신의 경영철학과 기업혁신전략의 의미와 가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과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전략 등에 대해 김종갑 산자부 차관, 문국현 유한 킴벌리 사장 등과 함께 화상 토론도 벌였다.

웰치는 이날 "한국에 대한 비판론자는 아니지만 한국에선 혁신적인 제품을 가져와 새로운 기능을 더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일 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부족하다"며 "이에 비해 미국은 훨씬 더 모험가 정신과 사업가 정신으로 가득 찬 창업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센티브 없이는 창의성을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성과주의가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마음'과 '지갑'을 동시에 두둑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품을 혁신하는 사람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하며 혁신을 달성한 직원들을 영웅이나 스타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웰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경영체제도 혁신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경영체제는 중국.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상명하달식(톱-다운)이 대부분으로 아직 독립적 전문 경영인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이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한국 경제가 앞으로 수출로 얻은 이익을 더욱 키우려면 인수합병(M&A)이 더 많이 필요하고 인수기업에 투입할 경영 인력도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한국의 미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제는 누가 시장에 제품을 빨리 출시하느냐 혹은 효율적으로 생산공정을 갖추느냐가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삼성과 같은 혁신이 확산돼야 연간 10% 이상 수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노사 갈등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놨다. 그는 "나는 21년 동안 최고 경영자로 재직하면서 공장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노조 집행위원들과 식사와 술을 함께하며 서로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며 노사 간 신뢰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그는 "자유무역협정 등 양자 간 협정을 가능한 한 많이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역이 늘고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평화 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날 행사는 산업의 허리인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으며 14일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등 세계적 석학.경영진이 토론의 장을 펼쳤다.

홍병기 기자

◆ 잭 웰치=미국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는 인물. 세계 최대 기업인 GE의 CEO를 21년간 역임했다. 일리노이대 화공학 박사 취득 후 1960년 GE에 입사, 81년에 CEO가 됐다. 경영난을 겪던 GE를 맡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살려냈으며, NBC 방송국 등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철저한 구조조정과 신상필벌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경영기법은 최근까지 기업경영의 '바이블'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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