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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당한 장애인 재활의지(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까지 우리를 저버린다면 과연 누가 장애인들을 돕겠습니까.』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 3층 시민국장실에선 장애인 근로복지시설 「에덴하우스」(원장 정고환·서울 개봉1동 50의 8) 소속 장애인 근로자 20여명이 구청직원들을 붙잡고 항의겸 하소연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소아마비·뇌성마비·척수장애 등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 83년부터 장애인 80여명이 10여평의 작업장에서 생활용품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해오다 89년말부터는 쓰레기수거용 비닐봉지를 동작구청 등에 납품해왔었다.
그러나 최근 열심히 일해 살아보려는 이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겼다.
동작구청등이 봉지 1장에 24원에 납품하는 「에덴하우스」와의 거래를 끊고 1장에 14원으로 덤핑판매하는 비장애인업체에 납품권을 넘긴 것이다.
『서울시에서 4,5차례나 「에덴하우스」에 대한 배려를 부탁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구청측은 약간의 예산절감을 이유로 공문을 무시했습니다. 장애자복지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장애자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인 비닐봉지 납품권을 되돌려 달라고 구청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구청관계자는 『걸프사태 이후 비닐값이 올라 좀더 싼값에 납품하는 업체에 맡겨 비용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며 『납품권을 되돌려 줄 수 없다』고 잘라버렸다.
『정상인이 비닐봉지 10개 만들 시간에 장애인은 겨우 한두개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밤새워 작업해 재활의지를 불태우는 장애인들의 노력을 이렇게 외면할 수 있는 겁니까.』
항의방문을 마치고 구청문을 나서던 한 소아마비 장애인은 조그만 노동의 기쁨도 누릴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다고 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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