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터널이 김치숙성고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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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려진 고속도로 터널이 김치 저장고로 탈바꿈한다. 화제의 터널은 충북 옥천군의 동이면 우산리~청성면 묘금리 경계에 있는 옛 경부고속도로 옥천터널 상행선(길이 6백92m.너비 9.2m.높이 4.5m).

한국도로공사가 1970년 준공한 이 터널은 굴곡 노선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옥천읍 금암리~청성면 묘금리 구간(연장 12㎞)을 직선화하는 선형개량 공사로 새 노선이 생김에 따라 지난 5월 이후 사용이 중지됐으며, 관리권도 무상으로 옥천군에 넘겨졌다.

옥천군은 고속도로 사용이 중지된 구역을 일반 도로로 활용할 경우 터널 조명용 전기료만 월 1백여만원에 달하는 등 연간 유지 관리비가 3억원이나 들어 군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왕복 4차선 중 하행선만 우선 지방도로로 쓰기로 하고 상행선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최근 옥천군 김치제조업체인 ㈜청산들(대표 안홍근)이 터널을 김치 숙성용 저온창고 및 배추.무 등 농산물 저장고로 활용하겠다는 제의를 해옴에 따라 연간 1천7백81만원의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안 대표는 "터널 양쪽 입구를 막아 보냉(補冷)시설을 갖추면 실내 온도가 연중 13도 안팎으로 유지돼 김치의 자연숙성이 가능하다"며 "연말까지 시설 공사를 끝낸 뒤 내년부터 현재 개발 중인 특수 유산균 첨가 김치 등을 터널에서 숙성시켜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널에서 10~30일 숙성시키면 땅에 묻어 보관하던 전통 김치의 맛을 내게 될 뿐 아니라 비용도 현대식 저온창고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90년대 후반 이후 건설된 지 오래 된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선형 개량 공사를 벌이면서 발생하는 폐도의 관리권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넘겨 우회도로 등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옥천=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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