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선전강화 겨냥/남북회담 일방중단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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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한적」일뿐 장기적 대화전망은 밝아
북한이 18일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선 것은 몇가지 제한적 목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화중단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회담등 비정치·군사대화는 계속 진행중이며 ▲과거에도 팀스피리트를 구실로 남북대화를 거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급한 대일수교 필요성등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나서야 하는 외교적 환경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남북대화에 대한 장기적 전망은 낙관적이다.
또한 북한은 오는 4월28일 평양에서 대규모 외교행사인 국제의회연맹(IPU)총회를 열기로 되어 있어 대화의 완벽한 중단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회담중단 배경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걸프전과 한미 합동군사훈련(팀스피리트) 등을 구실삼아 반미선전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불가침선언」채택공세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만들자는데 있다.
그동안 북한은 걸프전을 「미제」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우리측의 의료진·수송지원단 파견은 『그 대가로 상전 미국의 비호를 받아 북침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또 북한이 대화중단에서 노리는 것은 지자제선거 등을 앞두고 수서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내의 체제반대세력을 부추겨 내부혼란을 획책해 보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
관계자들은 북한이 특히 3월 개학과 춘투 등 우리내부의 불안요소에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원 당국은 북한이 대화를 중단한 또하나의 이유로 북한이 처한 극심한 경제사정을 들고 있다.
이같은 사정으로 볼때 북한의 강경자세는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며 팀스피리트와 걸프전이 매듭지어지는 4월부터 다시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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