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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 갈등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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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둘러싸고 공조관계라고 알려졌던 정상영 KCC(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간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 역할을 자임했던 정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돕는 수준을 넘어서는 주식 지분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부터다. BNP파리바투신운용의 사모펀드가 지난 4일 12.82%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 계기다.

현대그룹 측은 "현회장이 6일 그룹 실무진으로부터 BNP파리바가 지분을 사들인 배경에는 정명예회장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지분매집과 관련한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명예회장은 지난 8월 정몽헌 회장의 자살 직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자 그룹 경영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지분을 매집했다. 그는 현대시멘트.현대백화점 등과 함께 지분 16.2%를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KCC도 3.1%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사모펀드의 주식매집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실무진의 보고대로 정명예회장이 사모펀드를 움직인 것이라면 엘리베이터의 1대 주주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분과 KCC의 법인 투자를 합친 지분은 15.92%다.

현대 일가 기업의 법인투자 지분 13.1%가 모두 정명예회장 측에 우호적인 지분이라면 정명예회장이 움직일 수 있는 최고 지분은 29.02%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현회장의 우호지분(김문희 여사 18.57%+계열사지분 8.8%)을 웃돈다. KCC 측은 "정명예회장이 개인 돈으로 사모펀드에 가입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것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회장 측은 이달 18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금강산 사업 5주년 기념식에 현대 일가 기업의 일부 회장이 참석하는 등 현대 일가의 지분 투자가 모두 정명예회장의 영향권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윤희.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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