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매파로 변신 북한엔 온건한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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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63.사진)는 전임자인 도널드 럼즈펠드와 달리 북한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전망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카네기평화재단이 발행하는 이 잡지는 17일 취임하는 게이츠 장관이 앞으로 주요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망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 중국보다는 대만 편=게이츠는 중국에 대해서는 대체로 기존 정책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하거나 합병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문회에서 그는 "중국은 대만을 통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시간적으로도 게이츠가 미국의 중국 정책을 바꿀 여지가 별로 없다. 예컨대 2007년도 국방예산안은 이미 국방부를 떠나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 대북 온건 노선=대북 강경파였던 전임자와 달리 게이츠는 온건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그는 한반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1994년 북한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일 상원 청문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며 "현 시점에선 외교가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게이츠가 북한에 대해 냉전적 시각에서 탈피해 '유연한 매파(reformed hawk)'로 변신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이라크 사태 뾰족한 해법 없을 듯=게이츠는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승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주요 언론의 톱 기사를 장식했다. 그는 또 "이라크에 미군이 감축된 상태로 장기 주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방장관에 지명되기 전까지 '이라크연구그룹(ISG)'에서 활동했던 게이츠는 이라크 정책과 관련,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규모 철군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교전문가인 스티븐 비들(외교협회)은 게이츠가 이라크 문제와 관련,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테러와의 전쟁은 지속=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으로 냉전을 겪은 게이츠는 테러 문제를 '미.소 냉전'과 비슷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청문회에서 "테러리즘은 글로벌한 문제로, 이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테러를 단시일에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게이츠는 기존에 부시 행정부가 수행해 온 테러와의 전쟁 전략과 우선순위를 고수할 것이다.

◆ CIA와 협력 강화할 듯=게이츠는 26년간 CIA에 몸담아 온 정보통이다. 럼즈펠드는 CIA와는 별도로 미군 자체의 정보 수집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게이츠는 CIA를 비롯한 다른 정보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고품질 정보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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