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 결제어음 7백억/계속 죄어드는 한보 돈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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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흥은,추가담보 요구
한보그룹의 돈줄이 하루 하루 조여들고 있다.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서울신탁은행의 지급보증 약속에도 불구하고 단자회사들이 지난 7일 이후 모두 95억원을 회수했으며 앞으로도 만기가 돌아오는 즉시 은행에서 대지급금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중에만 7백억원의 결제어음이 돌아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단자회사들간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12일 서울신탁은행의 지급보증으로 한보철강에 빌려준 3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서울신탁은행이 기한연장을 요구하며 밤늦게까지 매달렸지만 끝내 자금을 회수해갔다.
단자회사들이 이처럼 돈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은행과는 달리 철저하게 수익성위주로 영업을 하는 속성때문이다.
또 한보의 빚은 사채를 빼고도 5천2백50여억원에 이르는데 비해 담보는 미확정채권 4백억원까지 합쳐봐야 3천6백72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한보측이 정태수 회장의 개인부동산등 추가담보를 내놓지 않는한 금융기관이 과거 부실기업 정리사례에서 보듯 돈을 떼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은 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과 뒤이은 영동개발 진흥사건으로 은행이 도산위기에 처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도 한보에 1천1백52억원의 여신을 주고도 담보는 8백69억원뿐이다.
조흥은행은 이·장사건에서 2천억원,영동사건에서 1천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또 지난 86년 정우개발 사건때는 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2천6백억원의 부채가 동결돼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으며 특히 단자업계의 손실은 1천1백여억원에 이르렀다.
87년 고려개발사건때는 회사측이 어음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채를 동결시켜 사채업자들에게 큰 피해가 생겼다.
한편 조흥은행은 한보측에 추가담보등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보측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자금사정이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정회장은 상당한 규모의 개인명의 부동산과 현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회장실 내부단장공사(8천만원 규모)까지 마무리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정회장의 신병처리등 검찰수사 결과가 드러날 때까지는 한보에 대한 처리를 유예하고 있어 그때까지는 어떤 형태로든지 부도를 막을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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