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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양극화 '골이 깊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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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증시에서 '거래소 강세, 코스닥 약세' '수출관련 대형주 강세, 내수관련 중.소형주 약세'의 주가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6개월 만에 800선을 넘나드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합주가지수와 달리 코스닥지수는 45선에 머물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10월 수출이 1백9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수출관련주가 연일 고공 비행을 하는 반면 실업 증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내수관련주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관련주가 많은 대형주는 강세, 내수관련주가 많은 중.소형주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내수관련주들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극화 극심=종합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26.82%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1.29% 하락했다.

지난 1월 거래소 상장종목의 평균매매 가격이 2천9백40원, 코스닥 등록종목은 2천7백49원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거래소는 5천2백28원, 코스닥은 2천6백77원으로 두배로 벌어졌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 업종이 연초 대비 두배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기계.운수장비.화학.전기전자 등 수출관련 업종은 연초에 비해 40% 이상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나 섬유.통신.증권 등 내수관련 업종은 되레 하락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내수와 소비가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돼 내수관련주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양극화가 치유되지 않는다면 800선에 안착하는 게 힘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불균형도 심각해 대형주는 연초 대비 29.23% 상승했지만 중형주는 18.17%, 소형주는 11.19% 상승에 그쳤다.

◇양극화 당분간 이어질 듯=주가 양극화는 외국인들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거래소의 대형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들이 선호하는 내수관련 중.소형주나 코스닥의 벤처기업은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주가는 올들어 약 64% 상승했지만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8%가량 하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대형 우량주만의 '나홀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상승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시장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종목들이 많아지면 시장이 활기를 잃고 하향 평준화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증시로 돌아오지 않는 한 외국인이 주도하는 주가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임지원 이사는 "해외 변수에 의존하는 국내 증시의 여건을 감안할 때 수출이 주춤해질 경우 증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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