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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뇌물 증거확보 총력/검찰/수사착수 늦어 「비자료」 못찾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사법처리 범위싸고 신경/한보 일부임원 잠적 소문도/박 시장 청와대 전화받고 표정밝아
서울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주변은 감사원 조사결과 장병조 전 청와대문화체육비서관이 서울시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장비서관·정태수 한보그룹회장의 소환·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간듯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말도 잊은채 수서지구연합주택조합장등 12명을 철야조사하고 있는 서울 서소문동 대검청사 12층 중앙수사부는 밤새도록 불이 환히 켜진채 외부인의 출입을 완전차단,철저한 보안속에 밤을 새웠다.
검찰은 사건발생후 시일이 지나 의혹관련자들이 증거를 거의 없애는 바람에 수뢰증거찾기가 극히 어렵지만 사건을 가급적 주내에 일단락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감사 4일째를 맞은 서울시는 직원들이 검찰의 수사진행에 따라 사법처리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며 박세직시장은 경질설이 나돈 7일 오후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밀린 서류를 결재하는 등 평온을 되찾아 검찰의 부산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이었다.
◇검찰=수서택지 특별분양관련 수사의 소환조사 1호가 된 연합주택조합장 8명과 조합원 3명등 모두 11명의 조사가 시작된 9일오후부터 대검중앙수사부관계자들은 철야조사에 대비했다.
최명부 중앙수사부장은 9일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중수부1과장 제갈융우 부장검사등 4명의 과장들로부터 조사내용,법률적문제점등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은뒤 취재기자들에게 『조합장등은 일단 이번 사건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지만 조사는 10일 새벽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뒤 청사를 떠났다.
주택조합장들을 철야로 신문하고 있는 중수부 각 조사실에서는 수사관들의 『로비자금이 건네지지 않았느냐』는 추궁과 함께 이따금 고함소리가 바깥까지 들려 수사가 검찰 의도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 초보단계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사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보도되고 검찰수사가 시작될때까지 상당기간이 지나 장병조 비서관등 관련 공무원들의 수뢰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며 『자칫 수뢰사실을 밝히지 못하거나 수뢰액이 국민들의 예상보다 적을 경우 모든 부담이 검찰에 돌아올 것 아니냐』고 말해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서울시=시관계자들은 도시계획국장을 비롯해 전·현직 도시개발과장과 담당계장들에 대한 소환 및 조사가 곧 있을 것이지만 수뢰혐의만 벗으면 별다른 신상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이나 내심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 고위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주요기피대상으로 점찍힌 한보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시청안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선 구청에서 주택조합과 관련한 비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보=정태수 한보그룹회장은 9일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3층의 본사에 들러 그룹산하 사장단들과 함께 대책을 협의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은색 코트에 하얀목도리차림의 정회장은 이날 오후 4시50분 현관에 도착,취재진이 몰려들자 황급히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으며 직원 2백여명은 몸으로 회장실 접근을 막았다.
한보측이 비자금을 이용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 비서진중 일부는 이미 잠적했고 비자금 장부등 중요서류도 빼돌렸다는 소문이 한보주위에서 나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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