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밥 먹었느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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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밥 먹었느냐고' -최정례(1955~ )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 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으다다다 오종종한 잎들이 통통하고 기름졌던가요? 불 속에 던져 넣으면 꽝꽝하는 소리가 난다는데, 설마? 꽃말이 '참고 견디어낼 줄 아는'이라니, 아무래도 단단하고 우거져서 붙여진 이름일 것 같습니다, 꽝꽝이라고! 온 식구에게 "밥 먹었어?"를 묻고 묻는 엄마. 그러니 어느 날은 "밥 먹었어?"라고 물어줬으면 하겠지요? 엄마도 어느 날은 엄마가 그리운 것이겠지요? 엄마는 꽝꽝하다!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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