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여부가 관건/한보 3자명의 수서땅 증여세반환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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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 땅 매입때 “관행”… 입증에 어려움
국세청이 한보그룹의 수서지구땅 2만6천평에 대해 이미 추징한 84억원의 증여세를 되돌려 주어야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기업이 임직원이나 친·인척등 제3자명의로 사들인 땅을 과연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것인지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정부의 「5·8부동산대책」에 따라 30대그룹들로부터 제3자명의의 부동산 1천1백39만평(89년말 현재기준)을 신고받고 50만평을 추가로 들춰내면서 이중 절반이상에 대해 작년말 수천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국세청이 문제의 한보그룹 수서지구 2만6천평에 대해 84천억원의 증여세를 거둔것도 이때였다.
국세청은 기업이 자신의 명의가 아닌 제3자 이름을 이용하는 것은 사업목적상이란 명분에도 불구,다분히 투기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 이를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는데도 국세청이 많은 세금을 때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개인이 법인에 땅을 팔려해도 실거래가격이 노출돼 팔기를 꺼릴뿐더러 기업 이름으로 산다해도 주변 땅값이 급등,제3자 명의로 은밀히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이는 기업들의 관행이 되어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국세청의 세금부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계속해왔다. 한보도 바로 이런 주장에 얹혀 국세청의 증여세추징에 대해 현재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해놓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89년 『조세회피의 목적없이 불가피한 실정때문에 실수요자와 명의를 다르게한 것이 명백한 경우는 이를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겨 국세청의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다시말해 세금을 매기려면 명백히 「조세회피」의 뜻이 있고 그 거증 책임을 세무당국이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한보그룹의 경우 제3자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이 매입당시는 대부분 녹지지역등으로 아파트등을 건설할 수 없는 땅이어서 투기의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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