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전후사 "삐뚤어진 진보사관 많다"|이현희 교수 「진보사학」에 논쟁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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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보수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이현희 교수(성신여대)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진보적 시각의 해방 전후사 연구자들과의 논쟁을 정식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이교수는 월간 『한국논단』 최근호에 투고한 기획논문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는 광복 전후사」에서 진보적 연구경향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학문적 소신에 입각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최근의 근·현대사 연구성과를 연구경향에 따라 정통사학과 수정사학으로 양분했다. 정통사학은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논증적으로 쓴 것」으로, 수정사학은 「새로운 해석이라는 대전제 하에 계급간의 경제적 갈등, 민족·계급·인간의 해방, 사회주의 가치관을 추구하며 서술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통상 진보적 시각의 연구성과를 수정사학으로, 보수적 시각의 연구성과를 정통사학으로 이름 붙인 것.
그는 『수정사학의 연구성과물을 볼 때 새삼 경악과 허탈함에 분노까지 느낄 때가 있다』며, 수정사학을 「허망한 궤변」 「비뚤어진 사관」 「소영웅주의적 정신착란 도착증」 등으로 맹비난하고 정통사학자들 모두에게 수정사학과의 토론·대결을 호소하고 있다.
스스로 『서평 등을 통해 수정사학과 관련된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책을 소신껏 비판 분석했다』고 밝힌 이교수는 그러나 『대다수 정통사학자들은 수정사학쪽의 눈치를 보면서 말로는 비판하지만 막상 문자화된 비판은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통사학자들에게 『그렇게 학문적 소신이 없으면 차라리 붓을 꺾고 절필선언과 함께 은퇴하든가, 붓을 예리하게 갈고 국가·민족보위적 차원에서 정정당당하게 학술적 토론, 대결의 광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교수는 최근의 경향을 『학문적 업적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정신계를 혼탁하게 물들이는 논저의 훙수』로 비유하고 『이를 막아 정화시킬 수 있는 학술상의 「둑」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정사학자들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의 이론을 무조건 비판해야만 입지가 생긴다는 투의 비순리적·몰도덕적주의 주장에는 부정으로 인의예지신을 바탕에 깔고 충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의 이같은 강도 높은 주장은 비판대상인 진보적 근·현대사 연구자들의 반발을 유발, 학계 전반에 논쟁을 확산시켜 갈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적 학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이교수의 논쟁 도발적인 서평들에 대해 개별적인 반론제기를 고려했으나 보다 신중히 대처키 위해 논쟁을 유보했었다. 그러나 진보적 학계는 지난해 말 이후 이교수 외에도 몇몇 보수적 학자들이 진보적 연구성과들에 대한 비판을 단편적으로 제기해 옴에 따라 개별적인 대응보다 보수학계 전반에 대한 총론적 반론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교수는 글 속에서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수정사학의 평가절하는 순국선열을 매도한 행위이며 ▲일제하 독립운동에서 공산주의운동은 실질적 성과면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특히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과대평가하는 수정사학의 연구경향은 북한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 해방직후 신탁통치에 찬성하는 것이 분단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미군정을 횡포집단으로 매도한 신탁사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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