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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경 김봉유 일서 자존심 건 "한판"|남자 중거리 맞수… 11일 요미우리 육상 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유태경(유태경·25·울산시청)이냐, 김봉유(김봉유·24·진로)냐.』
한국이 낳은 아시아 최고의 중거리스타 유태경과 김봉유가 오는 11일 요미우리 실내육상대회(오사카)에서 자존심을 건 운명의 라이벌전을 펼친다.
지난해 북경아시안게임 8백m에서 나란히 금(김봉유)·은(유태경)메달을 나누어 가지며 기염을 토한 아시아 정상의 두 스타가 이번에는 일본으로 자리를 옮겨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된 것.
유태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이면서도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을 겪어야 했던 「비운의 주인공」.
지난 81년 진주고 1년때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래 북경대회때까지 10년간을 국내 무적으로 군림하면서 우승을 휩쓸었으나 정작 86, 90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동료선수(한국)에게 영광을 넘겨주는 울분을 곱씹어야 했던 것.
서울아시안게임 8백m에서는 한수 아래로 평가되던 김복주(김복주·은퇴)에게 추월 당해 준우승에 그치더니 북경대회에서는 신예 김봉유에게 아깝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는 유의 레이스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탓도 크지만 그보다 국제대회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유에 대한 외국선수들의 견제가 그만큼 컸기 때문.
여기에 10년간 대표생활을 하면서 태릉선수촌의 합숙훈련에 염증을 느껴 훈련에 다소 태만했던 것도 패인의 하나라는 것.
그러나 유는 여전히 최고의 중거리선수라는 평.
유는 1m86cm·78kg으로 최적의 체격에 폐활량과 스피드 지속능력 등에서 김봉유를 앞서 뒤질 조건이 없다는 박무웅(박무웅·부산시청) 전 대표팀 코치의 설명.
올해 25세로 연령상으로도 절정기를 맞고 있으며 지난 1월에 결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김봉유와의 일전준비가 어느 때보다 완벽하다는 평.
지난해 두 선수는 8백m 종목에서만 네차례 격돌, 2승2패로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태경이 4월 실업단대회·6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이겼고 김봉유는 5월 종별선수권·9월 북경아시안게임에서 유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하는 등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김봉유는 가난을 영광으로 승화시킨 90 한국육상의 최고 히어로.
김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빈농에서 6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곧바로 자동차 정비공장에 취직,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김은 정비소일이 손에 익을 무렵 직업군인으로 있는 큰형의 도움으로 86년 대화고에 입학, 3학년때 비로소 육상에 입문해 그 해 전국체전(1천5백m)에서 당대 최고 스타로 명성을 날리던 유태경을 제압하고 우승,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어 89년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기록단축을 거듭, 지난해 6월 1천5백m에서 유태경이 4년간 지켜온 한국최고기록을 경신(3분44초08)하면서 유의 독주에 제동을 걸 유일한 선수로 성장했다(8백m 한국최고기록은 아직 유의 1분46초93·87년 작성).
1m74cm·66kg의 체격으로 폐활량은 유보다 못하지만 순간스피드가 뛰어나고 가난으로 다져진 승부근성이 대단해 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까지는 아시아 정상 고수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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