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땅 되팔며 세금 한푼 안내/수서특혜관련 한보 세금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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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소전 화해」악용 거액 포탈의혹/증여세도 2만6천평분만 납부해
수서지구 특혜의혹사건이 계속 확대되면서 한보의 수서지구 땅 매매와 관련된 특별부가세(개인의 양도소득세에 해당)·증여세 등 탈세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보그룹은 무려 4만9천8백여평의 녹지를 26개 조합에 되파는 과정에서 특별부가세를 단 한푼도 내지않은 것으로 확인돼 탈세의혹은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
한보그룹은 문제의 땅이 지난 89년 3월 공영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토지거래가 금지되자 「제소전 화해」라는 지능적인 수법으로 1만5천여평을 사들였고,조합에 관련 부동산을 팔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무려 1백20억여원(추정)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의 수서지구 관련 세금문제를 조목별로 짚어본다.
◇특별부가세=한보그룹의 한 경리담당자는 『관련 조합에 넘긴 부동산에도 양도 차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에 해당하는 특별부가세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당초 문제의 땅을 매입할때부터 자금을 조합측이 부담했기때문에 제소전 화해라는 형식으로 소유권을 조합에 원상복귀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매입자금을 한보측이 직접 댔고,또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조작해 세금을 포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결과 한보측이 매입자금을 댄 것으로 드러나면 제소전 화해는 실제매매를 위장하기 위한 투기거래에 해당돼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한보측이 조합에 넘긴 부동산에서 양도차익을 챙겼을 경우 가산세를 포함,차액의 27.5%를 특별부가세로 내야만 한다.
◇증여세=한보그룹은 지난해 5월 자진신고한 제3자명의 부동산 2만6천평에 대해서만 증여세(84억원)를 납부해놓고 있는 상태.
만약 한보그룹이 제3자명의로 매입한 부동산을 감춰놓았을 경우 당연히 증여세가 과세되며 설사 제3자명의로 사들였다가 89년말 이전에 매각한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증여세가 추징된다.
따라서 한보그룹은 최근 5년새 모두 7만4천평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미 과세가 된 2만6천평을 제외한 4만8천평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추징된다.
◇제소전 화해=지난 88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신종투기수법.
실제로는 땅을 사고 팔면서도 거래당사자들끼리 짜고 소유권분쟁이 있는 것처럼 위장한뒤 제소전에 화해조서를 작성,소유권이전 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토지거래허가지역이나 신고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를 못받을 것을 알고 땅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마치 채무·채권관계에 있는 것처럼 조작,땅을 사는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서로 화해를 해 땅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수법이다.
이같은 수법은 종래의 국토이용관리법 시행령에 「민사소송법의 화해절차에 따라 권리를 이전 또는 설정하는 경우는 토지등의 거래계약허가제 및 거래계약신고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투기꾼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수법으로 기업이 토지거래를 하면서 이를 사용했다는데 한보의 기업윤리를 의심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제소전 화해가 말썽이 되자 지난해 8월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제소전 화해가 이뤄지더라도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땅의 명의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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