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여론무마 “고육책”/수서분양 백지화방침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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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부압력·탈법 인정하는 셈/조합원 반발… 후유증 커질 듯
정부와 서울시는 수서사태 조기수습을 위한 해결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한 끝에 결국 「백지화」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혀가고 있는 것 같다.
이같은 방침은 이번 사건을 풀어가는 관건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 국민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만약 백지화시킬 경우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라는 비판과 함께 외부압력 개입설 및 탈법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특히 백지화로 피해를 보게 되는 3천3백60명이란 대규모 조합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후유증은 계속 남을 것 같다.
특히 백지화하지 않고 다른 어떤 보완대책을 세운다 해도 「특별공급 자체가 특혜」라는 비난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조합원자격 기준설정에 따른 문제점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단체공급」 방안이다.
현행 주택건설촉진법은 주택조합을 인가 및 신고조합으로 구분,인가조합은 자체적으로 아파트건립사업을 시행하게 한 반면 신고조합은 직접 건립하지 않고 공영개발되는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수서지구 26개조합이 인가조합으로 전환할 경우 서울시는 이들 조합지분의 땅에 공영개발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고 조합원들은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게 된다.
현재 행정절차상 표면적으로는 서울시와 주택조합간에 토지수용에 따른 채권채무가 해소됐기 때문에 시가 특별공급 철회선언만 하면 비록 행정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는 하겠지만 전면 백지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조합소유 땅을 평당 평균 73만7천원으로 수용,법원에 공탁했다.
주택조합측은 한보가 조흥은행에 이 땅을 추가담보물로 설정하는 바람에 아직 찾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상태다.
이 경우 한보는 자동적으로 조합주택 시공업자 권리를 상실,아파트건축과 상가분양에 따른 특혜시비가 사라지게 된다.
조합원들도 채권상환액을 포함,일반분양 아파트의 공급가격으로 분양받게돼 청약예금 가입자와 동일조건이 된다.
따라서 무자격 조합원은 자연 탈락,자격시비도 없어진다.
그러나 백지화에 따른 후유증은 이것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상대적으로 조합의 이권을 뺏긴 선의의 조합원들은 불만이 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보는 조합측에 『성사되지 못할 경우 두배의 위약금을 문다』고 약속한 바 있어 조합측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6백70억원의 부담을 안게돼 도산위기에 몰리게 된다.
한편 시는 특별공급을 취소하는 대신 개포1차 택지개발때처럼 대토형식도 검토됐으나 목동지역의 민원사태 재판을 우려,이는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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