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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 하다 '급성장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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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가 좋지 않은데 민회사와 연회사에서 수출을 더욱 늘리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사장님 생신날… 선물이 결정되면 즉시 알려주기 바란다."

민회사? 수출? 사장님? 언뜻 보기에 사업가들이 주고받은 업무상 e-메일처럼 보이는 이 글은 일심회의 암호문이다. "민주노동당(민회사)과 시민단체(연회사)에서 반미투쟁(수출)을 더욱 늘리도록 힘써 달라, 김정일 위원장(사장님)에게 보낼 정보(선물)가 있으면 알려주기 바란다"는 뜻을 담아 북한이 2006년 9월 보낸 지령이다.

검찰은 일심회원들이 e-메일로 교신할 때 은어와 가명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을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로 적었다. 북한 조선노동당은 '우리당'으로, 좌파세력은 '좌회사', 통일전선체는 '통회사' 등으로 표기했다. 또 접선을 '생일파티', 활동중지를 '입원치료', 체포를 '급성장염' 등으로 바꿔 사용한 것도 특이하다. 이들은 서로를 부를 때도 '최사장'(최기영) '장사장'(장민호) 등의 호칭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새로 회원을 포섭할 때는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쓰기도 했다. 손정목씨는 2003년 최씨에게 접근할 때 본명이 아닌 '손낙호' 또는 '손낙고'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법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된 직파간첩 정경학씨도 은어를 사용했다. 정씨는 e-메일 교신 등을 할 때 남조선은 'NamKyong(남경)', 중국은 'Second-hand market(중고시장)', 라오스는 'Noodle factory(국수공장)'으로 표현했다.

민동기 기자

일심회 일지

▶1987년 장민호, 미국에서 친북 재미교포 김모씨에게 포섭됨

▶1998년 1월 장민호, 베이징에서 북공작원 접촉 '남한내 통일사업 조직 구성 지령'받음

▶2000~2001년 장민호, 손정목.이진강.이정훈 포섭

▶2002년 1월 "모두가 한마음이 돼 통일을 이룩하자"는 의미로 '일심회' 결성/ 결성 사실 북에 보고

▶2005년 2월 손정목, 최기영을 하부조직원으로 포섭

▶2002~2006년 10월 일심회, 민노당 동향, 반미시위 동향 등을 북한에 보고

▶10월 26일 장민호.이정훈.손정목, 북한공작원 접촉 혐의 구속

▶10월 28일 최기영.이진강, 북한공작원 접촉 혐의 구속

▶11월 13일 검찰, 국정원으로부터 일심회사건 넘겨받아 수사착수

▶12월 8일 검찰, 일심회 이적단체로 규정, 피의자 5명 간첩혐의 일괄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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