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사일 증후군”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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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환청·어둠공포증 등에 시달려/피습이래 자살은 한건도 없어
이스라엘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인들 사이에는 여러가지 정신적·심리적 병리증상들이 나타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이라크의 미사일,특히 화학무기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이 증상들은 이러한 공격이 앞으로 몇주 더 계속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은 환청증세다.
공습경보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할때의 소리가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굉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놀라고 있다. 천둥소리·진공청소기소리는 물론 바람소리 등도 이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와 함께 귓속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이오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다른 증세는 어둠공포증이다. 그간 이라크의 공격이 모두 일몰후 있었기 때문에 해가 지는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해가 지면 누군가와 계속 얘기하고 싶어하며 전화기를 붙잡고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미사일공격을 받은 지역의 인근 주민들에게서는 피해현장을 눈으로 보고 자신의 안전을 확인,만족감을 얻으려는 불건전한 심리가 퍼지고 있다. 이들은 온갖 상상을 하면서 공포에 떨다가도 피해현장을 직접 보고는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사일공격 이튿날에는 경찰이 피해지역 주변에 대해 삼엄한 경비를 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젊은 여성들,특히 이스라엘 남자와 결혼해 이곳으로 이주해온 서구출신 여성들 사이에는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자식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죄책감은 물론 안전한 유럽의 친정접으로 피신하라는 가족들의 요구와 막상 피신할 경우 남편과 남편 나라에 대한 배신행위를 하는 것 같은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증세와는 대조적으로 긍정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자살률의 감소다.
이라크의 미사일공격 이후 이스라엘인들의 심리상태를 조사하고 있는 예루살렘 샤아레 체데크병원 오펜하임박사는 『평소 매일 1∼2건의 자살 및 자살기도사건이 있었는데 이라크의 공격이후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우울증등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공습경보가 울리면 방독면을 쓰고 밀폐된 대피소에 가족과 함께 대피,식사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우울증세를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예루살렘=유재식특파원><편집자주:이 기사는 이스라엘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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