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계자금」 왜 수사 안하나”/야당­정부 국회서 팽팽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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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용한 정부관리 뇌물혐의 조사 마땅 질문/“수출진흥”국익차원서 공식사용 가능 답변
○…국회는 2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이어 28일 사회분야 질문에서도 노재봉 총리 및 관련장관을 불러 무역특계자금등의 뇌물성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을 벌였다.
특계자금에 대한 평민당과 행정부 사이의 공방은 주로 ▲특계자금 지원이 뇌물인가 아닌가 ▲특계자금 설치자체가 불법인가 아닌가 ▲의원 외유사건 수사축소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가 여부에 모아졌다.
평민당의 이희천·조찬형·김영진 의원을 경제·사회질문 및 보충질의 등을 통해 『정부는 85년부터 부처별·기관별로 지원된 특계자금의 사용내용을 밝히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전면 수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의원은 특히 ▲89년 조성액은 4백52억원,이중 통상외교사업비는 83억원 ▲90년 조성액 4백61억원,이중 통상외교사업비는 81억8천만원이라고 공개하고 행정부처가 사용한 액수는 얼마인가고 따졌다. 그는 이와 함께 『상공위 사건수사에서 자동차공업협회의 초청경비는 뇌물이 되고 무역협회의 특계자금 지원은 뇌물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조의원은 특계자금 자체의 불법성과 관련,민간단체인 무역협회가 소속회원사로부터 준조세성격의 수입금액을 일률징수(90년부터 0.15%)를 규정하고,상공부가 시행령의 「대외무역관리규정」을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상 위법·위헌이 아닌가고 물었다.
조의원등은 『이 사건의 수사가 정치권을 말살하려는 청와대·안기부·검찰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그 증거로 『검찰이 행정부처가 관련된 특계자금 지원의 뇌물성은 문제삼지 않고 여야 일부의원만이 관련된 자동차공업협회자금만 혐의를 둔 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총리는 90년도 특계자금중 통상외교사업비는 ▲무역협회의 워싱턴·동경·브뤼셀 지부에서 52억7천만원 ▲한미 경제협의회 등 민간외교부문에서 21억3천만원 ▲기획원·상공부·외무부에서 8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공부의 대외무역관리규정은 수입금액 징수에 대한 무협의 자율결의에 징수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헌이 아니다』고 답변하고 『따라서 위법사항이 아닌 특계자금 지원에 대해 전면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노총리는 이어 『특계자금은 수출 및 대외통상활동 등 목적과 용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민간 및 범정부적 사용이 가능하지만 자동차공업협회의 자금은 순수한 기업활동지원에 사용되는 것이므로 의원외유에 쓰는 것은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종남 법무부장관은 『수사 착수는 1월18일(여야 영수회담 하루전) 경제단체의 한 고위간부의 제보에 따른 것으로 다른 정치적 의도나 특별한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계자금은 국가적 차원에서 통상외교지원을 위해 공식절차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 범죄성립이 안되나 자동차공업협회는 직무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상공위의원의 해외여행에 사용했으므로 뇌물성이 인정된다』고 답변했다.
○…정부측의 답변은 그러나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게 평민당의 지적이다.
평민당은 국정조사권 발동결의안을 통해 무협의 자금은 일반이익·국익을 위한 돈이고 자동차공업협회의 자금은 특수이익·업계의 이익을 위한 돈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는 답변에 반박하고 있다. 평민당측은 또 무역특계자금을 거둔 근거가 된 상공부의 대외무역관리 규정이 위헌일뿐 아니라 그 사용처를 모두 까발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평민당측은 그 자금 일부를 기획원·외무부·상공부 등 행정부처가 사용했다면서 공무원으로서 소속 부처로부터 정당한 출장경비를 받은 것에 더하여 무역특계자금을 받은 상공부장관등 행정부관리들이 뇌물혐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평민당의 진의가 행정부의 정치권에 대한 목죄기를 견제하기 위한 엄포용인지,아니면 이번 기회에 모든 비리를 도려내 보자는 「순수의도」인지는 평민당의 행보를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행정부와 평민당 사이의 특계자금을 둘러싼 뜨거운 공방에서 민자당 의원들은 무역특계자금을 잘못 건드리면 「핵폭탄」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꿀먹은 벙어리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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