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라톤 초반, 신경 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김이용이 도하 현지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육상연맹 제공]

6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도하 시내 카타르스포츠클럽 육상 트랙.

황영조 마라톤 감독이 들고 있는 온도계는 섭씨 29.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겨울이라지만 열사의 땅에 내리쬐는 햇빛은 한국의 한여름 대낮만큼 뜨거웠다. 그늘에서도 20도가 넘게 나왔다.

트랙에서 훈련 중인 김이용(33.국민체육진흥공단)의 얼굴에선 장맛비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김이용과 나란히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지영준(25.코오롱)은 오전엔 훈련을 쉬고 오후에 거리 훈련을 했다.

"이번 마라톤은 폭염, 열대 바람과의 싸움입니다." 스톱워치를 든 황영조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코오롱 정하준 감독은 "초반 오버페이스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해놓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한국 마라톤은 이번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남자부 5연패를 노린다.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두 감독이 수차례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숙의해 내놓은 결론은 강력한 경쟁 상대인 홈팀 카타르의 무바라크 하산 샤미(26)를 초반 질주하도록 '방치'하자는 것이다.

샤미는 카타르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마라톤 왕국' 케냐에서 수입한 용병 선수. 지난해 풀코스 데뷔 무대인 빈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지난 5월 프라하 마라톤까지 3개 국제 마라톤를 연속 제패한 선수다.

스피드가 뛰어난 샤미는 카타르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하준 감독은 "아무리 스피드가 좋아도 무더위 속에 맞바람을 받아가며 선두로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해 후반에 레이스를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는 한국의 김이용과 지영준, 샤미, 일본의 오사키 고시, 이리후네 다케시 등이 꼽힌다.

황영조 감독은 "이들의 올 시즌 기록이 2시간10~11분대로 비슷해 승부는 작전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샤미를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100m 거리 안에서 풀어주다가 30㎞ 이후 선두로 뛰쳐나간다는 전략이다. 김이용은 비교적 가벼운 몸놀림으로 컨디션을 가다듬으며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 지영준도 단백질 위주의 식이요법을 마무리 짓고 7일부터는 밥.빵.면류 등의 탄수화물을 집중 섭취하고 있다.

이번 마라톤은 10일 오전 9시10분(한국시간 오후 3시10분)에 출발한다.

도하=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