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때리고 고통 즐기는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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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얼굴) 전 서울시장이 7일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초청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시장은 "주택 문제는 '시장경제 원리'와 '복지 원리'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50평에 사는 사람들이 돈을 벌어 강남의 더 좋은 아파트로 가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라 세금만 걷으면 되고 정부가 신경 쓸 일 없지만, 무주택자나 젊은 부부에 대한 주택 공급은 복지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국가는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한 채씩 줘야 할 의무를 져야 한다"며 "특히 인생을 새출발하는 젊은 부부의 행복 추구를 위해, 출산 장려를 위해서도 집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주택 수요 억제를 위한 세금 인상 정책은 점진적이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인기만을 의식해 1년 만에 두 배씩 군사작전하듯 세금을 올렸다"며 "공급 없는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은 전.월셋값만 올려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특히 "(조세정책을 결정한) 그 사람들은 아마도 세금을 제대로 내본 적이 없어 세금 무서운 줄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접근이다. 오직 강남만을 겨냥한 정책이었다"고 규정한 이 전 시장은 "세금을 때려놓고 '2~3년 후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데….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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