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전상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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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본협상 사흘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덤핑 관련 법 개정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무역구제와 의약품.자동차 등 3개 분과 협상이 중단됐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날 "우리 요구에 대해 미국이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아 3개 분과의 협상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우리 측 요구안엔 반덤핑 조사 시 우리 제품을 다른 나라 제품과 분리해 평가해 달라는 것을 골자로 한 다섯 가지 사항이 담겼다.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절차의 개선은 우리 측이 가장 기대했던 분야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등을 과잉 발동하면서 비관세장벽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미국 통상법은 이 분야의 효과를 완화시키는 협상을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연말까지 한국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혀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편 커틀러 수석대표는 쇠고기 검역 문제를 꺼내며 "FTA를 맺기 위해선 한국의 쇠고기 수입시장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고 역공을 가했다. 그는 세 번째 뼛조각이 발견된 것과 관련, "주요 무역국가 간에 상업적으로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며 비난했다. 우리 대표단은 미측의 이 같은 공세가 미국 내 여론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여론은 "땅콩 크기의 뼛조각 몇 개 때문에 쇠고기 수입을 막는 나라와 무슨 FTA를 하느냐"고 공격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지지를 받는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FTA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성향이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협상 기간 중 "자동차 분야 등을 다시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공방 속에서도 양국은 상대국의 조세 조치를 FTA의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FTA를 체결하더라도 양국이 맺은 조세협약의 내용을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미국 측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 사례 등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빅스카이(미 몬태나주)=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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