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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낙마 '안타까운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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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타까운 참사 순간. 김형칠 선수가 탄 말의 앞다리가 장애물에 걸리는 바람에① 김 선수가 먼저 말에서 떨어지고② 말이 거꾸러지면서 김 선수를 덮치고 있다③.[TV 촬영]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승마 대표팀 김형칠(47.금안회.사진) 선수가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숨졌다. 아시안게임 사상 경기 도중 선수가 사고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선수는 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승마클럽에서 열린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진 뒤 함께 넘어진 말에 깔려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승마 경력 31년의 베테랑인 김 선수는 용인대에서 승마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승마 박사'였다.

현장을 목격한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장애물을 넘던 도중 말의 앞다리가 장애물에 걸렸고, 김 선수가 먼저 떨어진 뒤 선수 위로 500㎏이 넘는 말이 머리 부위를 짓눌렀다"고 전했다. 박원하 한국선수단 팀닥터는 도하 시내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X-레이 등 판정 결과 두개골이 심하게 골절된 것이 사망 원인"이라며 "특히 코를 통한 출혈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동환 KBS 해설위원은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넘어지는 전형적인 '인마(人馬) 전도'로, 종합마술에서 가끔 일어나는 유형의 사고"라고 말했다. 전날 마장마술에서 25위로 부진했던 김 선수는 이날 크로스컨트리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물에서 뛰쳐나오는 7번 장애물을 벗어나자마자 8번 장애물로 말을 몰았고, 장애물 앞에서 말이 미끄러지며 앞발이 장애물에 걸려 넘어졌다. 박 전무는 "사고 직후 현장 의료진이 심폐 소생술 등 응급조치 이후 곧바로 선수촌 인근 하마드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고 말했다.

이날 도하에는 폭우가 쏟아져 경기장이 미끄러웠다. 일부 선수가 경기를 연기할 것으로 요구했으나 조직위 측에서 강행했고,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형칠 선수를 애도한다. 유족과 협의해 장례는 KOC장으로 치르며 체육훈장을 추서하겠다. 가능하면 국립묘지 안장도 검토하겠다. 또 비가 와서 나쁜 상태에서 무리한 경기 진행은 아니었는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DAGOC)는 홈페이지(www.doha-2006.com)의 초기 화면에 태극기와 함께 추모의 글을 띄웠다. DAGOC는 "이번 대회에서 고귀하고 실력 있는 승마 선수를 잃게 됐다. 고인과 가족, 한국 대표팀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DAGOC는 한국 국가올림픽위원회에도 깊은 유감을 전했고, 김 선수를 추도하기 위해 8일 열리는 모든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1분간 묵념을 하기로 했다.

도하=강인식 기자

◆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기수가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달리며 장애물을 넘기 때문에 항상 낙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기다. 보통 7~8㎞의 장거리를 달리며 30~40개의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장애물을 떨어뜨리거나 규정 시간 안에 결승선에 들어오지 못하면 감점을 받는다. 분당 최고 600m의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거나, 말이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종합마술 중 가장 난도가 높고 거친 경기로, '승마의 꽃'이라 불린다. 올림픽 종목이기도 한 승마는 체력소모가 많지 않고, 말과의 교감 및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의 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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