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부여 옷은 중국식" … 고구려·발해 옷 전시회 여는 채금석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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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대복식에서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있는 숙명여대 채금석 교수.

"드라마 '주몽'에서 오연수가 연기한 유화부인의 옷은 부여가 아닌 중국 한나라의 것입니다. 당시엔 치마를 가슴선까지 올려 입지 않았어요. 소매의 통도 그만큼 넓지 않았지요."

'우리 저고리 2006, 우리 옷의 원형을 찾아서' 전시회(12일까지 덕원갤러리.02-723-7771)를 열고 있는 숙명여대 채금석 교수(의류학)는 "고증이 미흡한 의상이 사극을 통해 확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삼국지 위지동이전' 등의 문헌을 내보이며 "고구려나 발해.백제를 다룬 사극에 나오는 복식 대부분이 고증을 거쳤는지 의문이 간다"고 꼬집었다. 중국 창춘(長春)시 유물을 분석한 결과 '주몽'에 나오는 부여의 귀족 옷은 한나라 것이고, 무사복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류열풍과 맞물려 사극이 전세계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고대복식의 부정확한 재현은 한국문화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채 교수는 중국.일본의 한국사 왜곡에도 대응할 뜻을 밝혔다. 1년 반 동안 중국.일본.러시아의 박물관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한국 고대 복식의 원형을 추적, 고대 생활상을 복원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고대 일본이 가야 지역을 다스렸다는 임나본부설을 뒤집는 자료를 찾았다. 그는 "가야의 복식은 색채가 화려하고 기하학적 무늬가 뛰어나다"며 "가야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면 그처럼 찬란한 복식문화가 꽃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발해 정효공주묘 벽화에서 당에서는 볼 수 없는 꽃문양을 발견했다"며 "발해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회에는 삼한.부여.가야.발해의 복식을 재연한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글·사진=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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