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라크와 “거래”의혹/바그다드 잔류… 심리전에 악용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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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이던 모든 서방기자들이 추방된 것과 달리 유독 뉴스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미 CNN­TV 특파원만이 계속적인 체류를 허가받아 이라크 정부와 CNN방송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CNN방송은 이라크에 공습이 시작되던 첫날 이라크 정부가 허락한 특별전화선을 통해 바그다드의 공습을 생생히 보도했던 일까지 있어 이같은 의심들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CNN방송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3대 방송국 관계자들은 공습당시 일반 전화선이 모두 단절돼 바그다드에 있던 모든 특파원들이 본국과 연락할 수 없었음을 지적하며 이라크 정부가 CNN에만 특혜를 주는데는 그만한 대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의심은 CNN방송이 단지 특종이라는 기사욕심 때문에 이라크 정부의 선전이나 심리전에 이용당하고 있지 않느냐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실 서방기자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CNN의 피터 아네트(57) 기자는 그동안 몇차례 기사를 보도했으나 모두 이라크 정부의 검열을 거친 것으로 그 내용도 주로 이라크 신문과 방송을 인용한 이라크 정부의 발표 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라크의 포로가 된 다국적군 비행사들을 방송한 것이나 이라크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주민에게 보낸 『우리가 당신들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그대로 전달한 것 등은 적만을 이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CNN측의 주장은 다르다. CNN측은 이라크 정부가 아네트기자를 불러 『CNN방송이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영국의 한 TV방송 카메라맨도 함께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라크 정부의 검열문제에 대해서는 『미 국방부와 이스라엘 정부도 검열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CNN은 무슨 창구를 이용하든 이라크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것이며 이것이 시청자에 대한 참다운 서비스』라고 주장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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